소파 1위 만든 女CEO 만난 여고생들 "창업 꿈 꼭 이룰래요"

여경협 ‘미래 여성경제인 육성사업’ 프로그램 현장
안양문화고, 자코모 공장·본사 방문해 견학·청강
창업 꿈꾸는 여학생들 “기업가정신 배우는 기회”
박경분 자코모 대표 “경제 이끄는 주역되길” 격려
  • 등록 2023-08-21 오전 7:30:00

    수정 2023-08-21 오전 7:30:00

[남양주·포천(경기)=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지난 17일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소파 전문기업 자코모 공장. 소파의 뼈대를 만들기 위해 목공을 하는 ‘탁탁’ 소리, 전동 드라이버가 회전하는 ‘위이잉’ 소리, 소파 가죽을 재단하며 재봉틀이 돌아가는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사방에서 요란했다. 그 사이로 ‘꺄르르’ 하고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웃음소리의 주인공은 안양문화고교 1·2학년생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미래 여성경제인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이날 여성기업 현장을 찾았다. 여성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아 미래 한국의 당당한 경제인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박경분(앞줄 왼쪽 첫번째) 자코모 대표와 안양문화고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17일 경기 남양주 자코모 본사에서 여성기업 현장탐방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이날 학생들과 만난 박경분 자코모 대표는 가구 업계에서 흔치 않은 여성 기업인이다.

지난 1986년 재경가구산업을 설립해 유명 가구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소파를 납품하다가 2005년 자체 브랜드 자코모를 선보였다. 이후 자코모를 연 매출 1800억원의 국내 1위 소파업체로 키워냈다.

사업 초기엔 1256㎡(약 380평) 규모의 돼지 축사를 개조해 공장으로 사용했다. 지금은 공장을 총 5곳으로 늘렸으며 제6공장도 가동을 준비 중이다. 이날 학생들이 방문한 제5공장에선 하루에 소파 20조를 생산한다. 대부분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니 생산량이 많진 않지만 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학생들은 공장에서 소파 제작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며 체험했다. 목재로 뼈대를 만든 뒤 스프링과 스펀지, 솜 등으로 살을 입히고 가죽이나 천으로 옷을 입히기까지 총 6가지 공정을 살펴봤다. 제조공정을 살펴보던 여학생들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눈빛을 반짝이기도 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황재연(16) 학생은 “나중에 창업을 꿈꾸고 있는 만큼 진로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여성기업 현장 탐방을 신청했다”며 “소파는 공장에서 기계로 만드는 줄 알았는데 한 땀 한 땀 직접 사람 손으로 만든다고 생각하니 소파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고 말했다.

최진교 자코모 생산관리본부장이 지난 17일 경기 포천시 자코모 공장에서 학생들에게 소파 생산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공장 견학을 마친 학생들은 자코모 남양주 본사로 이동해 전시장을 둘러보고 박 대표의 강연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창업을 꿈꾸던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창업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 여성기업인으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 등에 대해 전했다.

박 대표는 “여상을 졸업하고 사업자금을 모으기 위해 무역회사에 취직했다. 당시 기혼 여성은 직장 생활을 할 수 없어 비밀 결혼을 했다”며 “여전히 여성은 일과 가정 양립 등의 문제로 남성보다 사업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선배 여성기업인들이 이끌어줄 테니 흔들리지 말고 나아가라”며 “10~20년 후에는 여러분들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주역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유소현(16) 학생은 “주변에서 창업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창업에 성공한 여성기업인의 경험담을 들으니 동기부여가 됐다”며 “박 대표처럼 비록 사업을 작게 시작하더라도 점점 키워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정하(17) 학생도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으로서 선배 창업가를 만날 수 있어 유익했다”며 “CEO가 가져야 할 역량이나 기업가정신을 배우는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여경협은 지난달부터 전국 14개 특성화여고와 2개 여대를 대상으로 여성기업 현장 탐방을 진행하고 있다. 총 16회 과정으로 현재까지 6차례 학생들을 기업 현장에 초대했다. 기업 탐방뿐 아니라 △여성CEO 특강 △실전 창업 멘토링 △글로벌 탐방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을 미래 여성경제인 육성사업 일환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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