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날 겁니다""JU대란", 최악의 다단계 사고

피해자들 “30여만명이 못받은 수당만 4兆” 주장
朱회장, 애국심 호소해 前군인·교직자 끌어들여
  • 등록 2006-06-28 오전 7:55:18

    수정 2006-06-28 오전 7:55:18

[조선일보 제공]
▲ 주수도 회장
“노력의 땀방울로 기적을 이루네… 기적이 있는 JU, JU그룹”27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동부지방검찰청 앞이 난데없이 다단계업체 제이유그룹 사가(社歌)로 떠들썩했다. 아침부터 하나 둘 모여든 제이유 사업자 등 700여 명이 왕복 4개 차로 중 3개를 차지하고 주저앉아 노래를 불렀다. ‘검사 면담’을 외치던 강모(여·47)씨는 “회사 경영자가 잘못한 걸 왜 우리 일반 사업자가 책임져야 하느냐”며 “검찰 수사 때문에 전산팀 위탁업체들이 철수해 버려 우린 영업도 못하고 수당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제이유가 망하면 폭동날 겁니다. 폭동”이라고 소리쳤다.

◆“35만명 피해… 사상 최악 다단계 사고”=제이유그룹 전·현직 임원 6명이 체포돼 그중 3명에 대해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검찰의 제이유 불법영업행위 의혹 수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이들에게는 실현불가능한 방법으로 거액의 이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인 혐의 등이 적용됐다. 검찰은 이 그룹 주수도(朱水道) 회장이 주변의 도움을 받아 회사자금 수백억원을 횡령,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제이유사업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측이 주장하고 있는 피해자 수는 35만 여명, 피해액은 5조6000억원에 이른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전국 150만명 정도가 제이유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비대위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제이유 회원 수와 매출액을 따져 보면 제이유 사태가 사상 최악의 다단계 사고라는 게 드러난다”며 “회원들이 받지 못한 수당만 4조원가량”이라고 주장했다. 제이유측은 “우리도 피해규모를 정확히 산정할 수 없지만, 전체 가입회원을 모두 피해자로 보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회사에 돈을 주고도 수당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11만5000여 명 명단을 지난달 제이유로부터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측은 “회사에서 압수한 명단이 그 정도라는 얘기지 실제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다단계업체 제이유그룹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동부지검 앞 도로를 점거하고 영업재개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허영한기자
◆“애국심 이용해 회장 신격화”=주씨는 ‘소비생활 공유마케팅’ 방식을 도입, 제이유그룹을 최근 3년여 사이에 매출 2조원으로 다단계 시장 절반을 차지하는 1위 업체로 급성장시켰다. 기존 다단계가 회원을 모아오면 수당을 주는 거라면, 제이유의 방법은 건강보조제, 의료기기 등 물품을 구매하면 수당을 주는 방식이다. 제이유 피해자들은 “처음 1200여 만원어치를 구입해야 수당을 받을 수 있고, 몇 달 지나면 아예 수당이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천안에 사는 김모씨는 “형님이 약국을 해 평생 번 돈 20억원을 영양제, 주방용품 등 제이유 제품을 사기 위해 몰아넣었다”며 “그 피해를 보고도 ‘우리 회장님은 아무 잘못 없다. 너희들이 말린다면 차라리 형제의 연을 끊겠다’고 고집부리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17일 부산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1년여 동안 제이유에 2억5000만원을 투자한 50대 여인이 남편에게 맞아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의 경우 다단계에 가입하면 내부 징계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아예 피해 봤다는 사실 자체를 숨긴다”고 전했다.

현순환 비대위 위원장은 “제이유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사면 나라 발전에 이바지하게 된다는 식으로 애국심에 호소해 퇴역 군인, 은퇴한 교직자, 50대 이상 여성을 끌어들인다”며 “1억원 이상 피해를 입은 사람이 1만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제이유가 우리나라 330여 중소기업 물품을 판매하면서 외국 다단계 업체를 누른 ‘토종(土種)’ 다단계임을 역설한다는 것이다.

◆“주씨 체포 후 정·관계 로비설 수사”=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제이유의 사업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7월 제이유그룹은 편의점사업에 진출해 150여개 가맹점을 냈지만, 요즘은 진열대가 거의 텅 비어 있다. 1호점인 신사점 관계자는 “그룹 실적이 악화되자 회사에서 회원들에게 상품권을 왕창 풀어 다들 상품권을 가지고 와서 한 차씩 싣고 가 버렸다”며 “돈이 안 돌아 물건을 진열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제이유네트워크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회사가 기업으로서 존속할지 의문”이라며 감사 의견을 거절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체포영장이 발부된 그룹 회장 주씨는 지난 22일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글을 회사 홈페이지에 띄운 채 잠적했다. 변호인과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측은 “주씨가 체포돼야 검·경 100여 억원 로비설이 담긴 이른바 ‘국정원 보고서’의 진위 여부도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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