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교과서 저자에 물었다…쓰레기대란 막을 해법은[플라스틱 넷제로]

[인터뷰]이찬희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이사장
2006년 폐기물부담금 2000% 인상 추진한 인물
환경비용청구서 계속 날아온다…자영업자도 예외 아냐
폐기물 부담금제도 구멍 숭숭…면제ㆍ감면 지나쳐
  • 등록 2022-09-12 오전 9:00:00

    수정 2022-09-12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찬희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이사장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1회용컵 보증금제 유예결정은 환경오염비용 지불에 대해 우리 사회의 저항이 얼마나 큰지 드러낸 단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1회용컵 보증금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으로 도입해 시행하는 제도다. 쓰레기였던 1회용컵을 재활용하겠다는 취지로 도입 결정 2년만에 자영업자의 반발과 정치권의 압박으로 제도 시행을 6개월 유예하며 오락가락 행보로 입길에 올랐다.

자영업자를 비롯해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다양한 경제주체들에게 앞으로 이 같은 환경비용 청구서는 속속 날아들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환경에 대한 ‘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를 높이지 않으면 이 같은 사회적 혼란은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 생산자 환경비용 부담 낮은 편”

이찬희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이사장은 최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공제조합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플라스틱에 대한 사회비용은 갈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는 만큼 우리사회 전반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해 환경부 주요 부처와 국제기구를 두루 거쳐 대통령비서실 기후환경비서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서울대 그린에코공학연구소 교수로 4년간 재직하면서 자원순환과 플라스틱에 대해 연구했다. 이 이사장은 그간의 연구 결과와 정책입안자로서의 경험을 살려 최근 ‘플라스틱 시대’라는 책을 발간했다. 플라스틱 교과서로 떠오르고 있는 그의 저서 ‘플라스틱 시대’에서 이 이사장은 ‘악마의 재능’을 가진 플라스틱 문제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소비자, 생산자 등 한국사회의 모든 주체가 동참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한다. 그는 “국내에 플라스틱 관련한 전문 서적이 전무하다. 해외 정책 및 사례를 포함해 플라스틱과 재활용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책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플라스틱 문제는 이제서야 사회적 관심을 갖기 시작해 앞으로 우리사회의 모든 경제주체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자명하다고 보고있다.

현재 1회용컵을 사용하고 버리는데 우리사회는 거의 공짜에 가까운 비용을 내고 있다. 전국 가맹본부 및 가맹점사업자(프랜차이즈)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사용되는 컵은 연간 28억개, 회수율은 5%다.

이 이사장은 “원인자 부담과 수익자 부담원칙에서 보면 1회용컵 사용으로 업을 영위하는 혜택을 누린 자영업자를 비롯해 소비자 모두 부담을 져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회용컵 보증금제는 6개월 시행이 유예됐다. 개당 6.99원의 라벨 부착비용 전액 지원, 개당 4원의 상생협력금 지원 등 다양한 정부 지원책이 검토 중이다.

사진=이데일리
적정 보증금은?…“독일 300원 수준 효과 높아”

그렇다면 소비자들에겐 또 얼마의 부담을 메겨야 플라스틱의 역습 속도를 완화할 수 있을까. 1회용컵 보증금 300원에 대한 반발로 정부는 보증금을 200원으로 낮추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쓰레기통에 버리기는 아까운 금액’은 돼야한다고 제언했다. 소비자들이 수고로움을 감내할 금액은 돼야한다는 점에서다.

이 이사장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 빈용기의 회수와 재활용에 가장 효과적인 제도가 보증금제도라는 것은 증명된 것”이라며 “독일은 길거리에 페트병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페트병에 대한 보증금은 약 300원(0.25유로) 수준이다. 이는 500㎖ 먹는물 가격의 약 절반으로 독일은 징벌적 수준의 높은 보증금을 부과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유럽 10개국, 미국 10개주, 캐나다 13개주가 플라스틱 용기 회수 및 재활용을 위한 보증금제도를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빈병 외에 플라스틱은 빈용기보증금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1회용컵 보증금제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실시한다.

무엇보다 이 제도의 성패는 회수한 1회용컵 재활용의 경제성 확보라고 그는 강조했다. 현 재활용 기술로는 1회용컵을 재활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수익보다 더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1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컵은 고품질 재활용 폐기물이 아니다. 현재 재활용 시스템으로는 재활용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재활용 기술이 더 개발돼야 정책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폐기물부담금 20배 올려도 폭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어쩌나’

이 이사장은 우리사회 전반에 플라스틱이 침투해 있는 만큼 이 시대를 ‘플라스틱 시대’로 명명했다. 징벌적 부담금도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답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정책의 백화점이다. 그럼에도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지난 2006년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으로 폐기물부담금 20배 인상 정책을 밀어붙인 인물이다. 현재 플라스틱을 재료로 제조된 일반용 플라스틱에 대한 폐기물 부담금 요율은 1㎏당 150원이다. 당시 ㎏당 7.6원이었던 부담금을 약 2000% 인상했다. 이후 15년째 같은 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폐기물 부담금 제도는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에게 폐기물의 처리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전국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441만t(톤)으로, 최근 5년 사이 약 89.3%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생활폐기물이 약 20.5% 증가한 것에 비해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우리나라의 폐기물 부담금은 첫 번째 목적인 플라스틱 제품 사용 감소는 거의 달성하지 못했다”며 “플라스틱의 대체품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일률적 폐기물부담금 요율 인상은 정부 재정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체품이 있거나 재활용이 어려워 환경적 영향이 큰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부담금 추가 인상을 통해 사용 감소를 유도하고, 대체품이 없는 제품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정책 곳곳에 여전히 많은 구멍부터 메워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율인상보다 먼저 추진해야할 것이 폭넓게 인정되는 감면, 면제 제도”라고 꼬집었다. 독일은 재활용 의무 생산자 면제 규정이 없이 모든 생산자가 규제의 대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매출액 10억원 미만의 영세업체이거나, 중소기업도 매출액 200억원 이하면 단계별로 전액 또는 50% 감면 등을 해주고 있다. 플라스틱 가공업체의 상당수는 영세업체다.

이찬희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이사장은

△영남대 행정학 학사 △위스콘신대 대학원 석사 △한양대 대학원 환경공학 박사 △행정고시 30회 △환경부 산업폐기물과 과장 △주 UN 대표부 1등 서기관 △국제연합환경계획 아시아태평양사무소 △환경부 자연보전국 국장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대통령비서실 기후환경비서관 △서울대 그린에코공학연구소 교수 △現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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