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형 미사일 도발 감행한 북한의 속셈

  • 등록 2017-11-30 오전 6:00:00

    수정 2017-11-30 오전 6:25:04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75일 만에 침묵을 깨고 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한반도 정세가 또 요동치기 시작했다. 조선중앙TV는 어제 ‘중대 보도’로 발표한 성명에서 기존 ‘화성 14형’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화성 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새벽 평양 교외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최고 고도 4475㎞로 950㎞ 거리를 날아 동해상 목표구역에 탄착했다.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통상 고도의 2∼3배로 계산되므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북한의 거듭된 엄포가 마침내 현실로 닥친 셈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고 조선중앙TV가 전한 것도 주목된다. 화성 15형이 초대형 핵탄두 장착도 가능하다면 ‘핵·미사일 무기체계 완결’이라는 주장을 더 이상 허풍으로 넘길 수는 없다.

북한이 KAL 858기 폭파 만행을 저지른 지 꼭 30년이 되는 날에 재개한 미사일 도발로 중국의 6자회담 제의 등 관련국들의 국면전환 시도는 말짱 헛일이 됐다. 북한의 침묵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협상국면 전환을 위한 전략적 행보일지 모른다는 기대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북한은 그동안 핵·미사일 기술 개발에 몰두했음이 여실해졌다. 김 위원장이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를 만나지도 않고 빈손으로 돌려보낼 때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던 상황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핵무기 완성을 주장하는 북한이 미국과의 직거래로 우리 입장을 배제하려는 시도는 기필코 막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우리가 처리하겠다”며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도록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미국 내에서 ‘선제공격론’이 고개를 다시 쳐들 공산도 그만큼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새벽 긴급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 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그래서일 게다. 하지만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우리의 뜻을 관철할 현실적 대안은 미국과의 찰떡 공조뿐이다. 행여나 양국 혈맹관계에 의심을 살 만한 처신이 되풀이돼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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