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9일 쉰다는데”…중기·소상공인, 명절도 ‘빈부격차’

“상여금은 언감생심…연휴도 반납하고파”
4명 중 1명, 9일 휴무…대기업 비중 높아
145만원 vs 52.6만원 상여금 규모도 차이
자영업자 4명 중 3명은 연휴에도 일한다
작년 대비 연휴 근무 늘었지만 매출 기대는↓
  • 등록 2024-09-15 오전 9:30:00

    수정 2024-09-15 오전 9:30: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경기 안산에서 기계장비 제조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추석 상여금 지급에 대해 “언감생심”이라고 잘라 말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일감이 줄어 어려운 상황에서 명절 상여금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하소연이다. A씨는 “일이 있다면 추석 연휴를 전부 반납하고 공장을 돌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추석을 앞둔 중소기업계의 표정이 어둡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매출이 줄고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추석 명절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빠듯한 사정에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반면 대기업을 중심으로는 최장 9일간의 휴가와 상여금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사진=게티이미지)
15일 HR 테크기업 인크루트가 직장인 1055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계획 및 상여금을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25.7%)은 이번 추석 연휴에 개인 연차를 활용해 9일간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휴 뒤 평일인 19일 또는 20일 하루만 연차를 사용하는 직장인(17.1%)까지 포함하면 42.7%가 추석에 연차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추석 연휴에 연차를 사용한다는 응답자는 대기업에 속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대기업이 60.7%로 가장 많았으며 △중견기업(50.2%) △공공기관 및 공기업(40.0%) △중소기업(37.5%) 순으로 기업 규모가 클수록 연차 사용 비율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추석 상여금 역시 기업 규모별로 차이를 보였다. 인크루트 조사에서 추석 상여금 평균은 83만 8000원이었으나 기업 규모에 따라 93만 4000원의 격차가 벌어졌다. △대기업(평균 146만원) △중견기업(평균 74만 3000원) △중소기업(평균 52만 6000원) 순이다.

중소기업들은 상여금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5일부터 16일까지 중소기업 8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추석 상여금 지급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47.3%로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매출부진, 원·부자재가격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자금 사정 악화가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올해 추석 자금사정이 지난해 추석보다 곤란하다는 응답은 25.6%로 나타났다. 작년과 다르지 않다는 응답은 58.4%를 차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상공인·자영업자 사이에는 추석 연휴에도 생업에 매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알바천국이 최근 기업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명 중 3명(85.4%)이 추석 연휴에도 영업을 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추석에 실시한 동일 조사(79.7%)보다 5.7%포인트 높은 수치다.

연휴를 반납한 채 생업에 매달리면서도 매출에 대한 기대감은 낮게 나타났다. 추석 연휴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응답자는 47.6%로 지난해 동일 조사(51.1%)보다 소폭 하락했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큰 폭의 매출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해석된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만성적인 내수부진과 고금리 장기화로 4곳 중 1곳 이상의 중소기업이 추석 명절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내수 활성화, 납품대금연동제 의무 도입 등 중소기업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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