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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입 비용 대비 성과 낮은 ‘코리아 R&D패러독스’…단기 압축 성장 전략 탓 장기적 안목 R&D 실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지난 1월 발행한 ‘2017년도 연구개발활동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우리나라의 총 연구개발비는 78조7892억 원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55%로 세계 1위다. 연구참여비율을 고려한 상근상당연구원(FTE) 수는 38만3100명으로 세계 6위다. 더욱이 경제활동 인구 천 명당 연구원 수는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사뭇 다르다. 연구개발단계별 연구개발비의 경우 기초 연구개발비 14.5%, 응용 연구개발비 22.0%, 개발 연구개발비 63.6%로 기초 연구개발비의 비중은 주요국 대비 낮은 편이다. 연구개발비를 경제사회목적별로 분류한 것을 봐도 산업생산 및 기술 분야의 비중이 60.26%로 압도적으로 높다. 기초연구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지식의 일반적 진보를 위한 목적은 고작 2.6%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은 결과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KISTEP의 ‘2018년 국가 과학기술혁신역량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구원 1인당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논문 수(0.167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33위다. 지난 2013년에서 2017년까지 논문 1편 당 피인용 횟수는 5.84회로 최하위인 35위다.
우리나라는 소위 ‘한강의 기적’으로 불릴 정도로 단기간에 고도의 집약적 성장을 이뤄냈다. 진득하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소재·부품 같은 R&D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우리에겐 맞지 않았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 짧은 시간에 인력과 자본을 집중 투입해 당장 기업체가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의 성장 전략에 맞았다. ‘노벨상이 왜 나오지 않느냐’, ‘소재·부품을 왜 그동안 수입에만 의존했느냐’는 등의 개탄은 그간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방식을 봤을 때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며 조금 여유를 갖게 된 우리나라는 이제 낡은 R&D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이른바 R&D 혁신이다.
“연구자 중심 연구 생태계 조성 절실”…‘국가 R&D 혁신 특별법’ 연내 입법 추진
시스템 개선 뿐만 아니라 정부와 연구자가 서로 신뢰할 만한 성숙한 연구 문화 역시 국가 R&D 혁신을 위한 디딤돌이라는 게 연구계의 중론이다. 이날 공청회의 또 다른 진술인이었던 임현의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자연모사연구실장은 “소수의 연구비 부정행위를 바로 잡기 위해 너무나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자율을 최대한 보장해 주되 그만큼 제재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특별법 통과를 전제로 추진 중인 ‘연구비 및 과제지원시스템’ 통합 구축과 관련, 임 실장은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인공지능(AI) 접목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나마 연구계에서 지적해 온 국가 R&D 문제점과 개선방안이 정부가 지난해 7월 수립한 ‘국가 R&D혁신방안’에 포함됐다. R&D 혁신방안은 연구자들이 하고 싶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에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최대한 모두 제거해 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연구자들의 행정부담을 완화해 주고 부처마다 제각각 운영 중인 연구비 관리시스템을 통합하는 것 등이 포함됐다. 이와는 별개로 정부는 R&D 혁신을 위해 연구자 주도 자유공모형 기초연구비를 오는 2022년까지 지난 2017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2조5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