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말 코스피는 22개월 만에 2000선이 붕괴됐었다. 10월에는 300포인트 이상 떨어졌었고 연말까지 이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코스피는 작년 한 해 동안 17%나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조금이라도 손해를 덜 보고자 수천억원에 달하는 물량을 국내 증시에 던졌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만난 김호현 기금운용총괄이사(CIO)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내 증시 참여자들과 페어 플레이를 해야 하고, 주식투자자들을 위해 금융시장 안정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글로벌 증시와 키 맞추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바이 코리아’로 안전판 역할…“주식투자로 성과 내겠다”
김 이사는 올해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그는 “교직원공제회 자산이 26조원을 넘어섰음에도 주식 비중은 답보상태”라며 “늘어난 자산만큼 주식투자 비중부터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직원공제회의 주식 운용규모는 작년 말 기준 3조8249억원으로 전체 자산에서 14.6%를 차지한다. 이를 올해 4조8920억원(17.0%)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반해 대체투자는 37.6%(9조8648억원)에서 37.1%(10조6960억원)로, 채권은 28.8%(7조5352억원)에서 28.3%(8조1485억원)로 각각 0.5%포인트씩 줄일 예정이다. 기업금융도 19.0%(4조9848억원)에서 17.6%(5조1002억원)로 1.4%포인트 감소한다. 올해 연말 자산은 28조8367억원(2018년 말 26조2097억원)으로 예상했다.
또 하반기에는 주요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상승반전하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융완화 정책과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기대가 더해지면서 주식시장 반등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이사는 “한편에서 우려하는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 축소가 악재이긴 하나 과도한 불안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예상 자금 유출 규모가 실질적으로 증시에 큰 타격을 입히지 않을뿐더러 이미 이에 대한 우려는 증시에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교직원공제회는 올해 투자자산 목표 수익률을 4.7%로 잡았다. 김 이사는 “노령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바이오, 제약 업종이 유망할 것”이라며 “엔터, 게임 업종 또한 긍정적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는 “반도체 업종은 기초체력이 좋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 내다봤다.
대체투자 영역에서는 메인(앵커) 출자자로 나서서 안정적 수익을 거둘 계획이다. 김 이사는 “앵커 출자자를 따라가게 되면 5% 안팎의 성과를 거두겠지만 입맛에 맞는 투자구조를 짜기는 어렵다”며 “대체투자는 공동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앵커로 나서서 추가 수익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출보다는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를 지향할 방침”이라며 “정부 정책과 연계된 투자 건에 주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해외는 선진국 멀티패밀리(임대주택)와 물류시설과 함께 신흥국 인프라 자산을 눈여겨볼 계획이다. 김 이사는 “남미 지역의 민관협력(PPP) 인프라 자산의 투자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며 “국가별로는 멕시코와 칠레, 페루, 콜롬비아가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고도화 작업 지속
교직원공제회는 스튜어드십 코드 고도화 작업도 지속해서 추진한다. 김 이사는 “이미 교직원공제회는 기관투자가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2017년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한 규정 개정을 완료한 상태”라며 “또 의결권 관련 의사결정기구도 만들고 책임 있는 자산운용 체계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현재 교직원공제회는 사회책임투자펀드에 600억원을 약정해 운용 중이며 책임투자 조항 신설 및 중장기 사회책임투자 추진계획을 수립해놨다. 특히 의결권 관련 의사결정기구를 신설해 놓은 만큼 앞으로도 교직원공제회는 주식의결권 자문기관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김 이사는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은 한정적이므로 독점화 우려가 있다”며 “자체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고도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