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끊기는 뱃길이 아쉬워라

인천 강화 석모도의 뜨거운 봄여행
460m지하 암반 틈에서 끌어올린 '미네랄온천'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 '보문사'
비릿한 고소함 '밴댕이회'
깔끔하고 담백한 '젓국갈비'
  • 등록 2017-03-03 오전 5:59:55

    수정 2017-03-03 오전 5:59:55

인천 강화군 강화석모도미네랄온천에서 여행객들이 온천욕을 하고 있다. 강화석모도미네랄온천은 460m 지하에서 뽑아 올린 섭씨 51도의 천연 온천수를 그대로 식혀서 쓴다. 지하암반 틈에 고여 있던 뜨거운 바닷물을 빼낸 한마디로 살아 있는 온천이다.
올여름이면 운항을 중단할 석모도 여객선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승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외포리에서 바다를 건너 석모도로 가는 여객선은 강화도와 석모도를 이어주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1.7㎞의 짧은 뱃길이지만 그래도 배를 따라온 갈매기에게 새우과자 한봉지를 내줄 만큼의 시간은 충분하다.


[글·사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봄이다. 남쪽에서는 이미 봄꽃소식이 들려온다. 바람도 달라졌다. 포근함을 품고 살랑거린다. 여행하기 딱 좋은 시기다. 인천 강화군 석모도. 어디로 향하든 마다할까 마는 석모도는 봄맞이 여행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여행지다. 굳이 이곳을 목적지로 삼은 이유는 온천이 있어서다. 뜨거운 온천물에 겨우내 쌓인 피로를 풀어보자는 욕심이 동했다. 여기에 조만간 뱃길도 막힌단다. 올여름이면 강화도 내가면 황청리와 석모도 석모1리 사이 바다를 잇는 1.5㎞ 길이의 삼산연륙교가 개통되기 때문이다. 이 다리가 놓이면 이 뱃길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서해의 거친 바다를 가르는 여객선의 울렁임도, 허공을 가르며 새우과자를 낚아채는 갈매기의 절묘한 비행술도 이제는 기억 속에 묻힐 것이다. 꽃길도 아닌 뱃길의 마지막 여운을 남기고 싶다면 떠나 볼 만한 여행인 셈이다.

강화 석모도미네랄온천에서 서해안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관광객
◇온천에 몸 담그고 석양도 보고

석모도 석포리 선착장에서 강화석모도미네랄온천까지는 찻길로 10㎞ 떨어져 있다. 찾아가는 길이 그리 어렵지 않다.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곳곳에 세워진 보문사 이정표를 따라가면 금세 찾을 수 있다. 차창을 열어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어느새 성큼 다가온 봄을 느끼며 가도 좋고, 그림 같은 농촌풍경을 감상하며 운전대를 잡아도 좋은 길이다. 초봄의 향긋한 향을 맞는 드라이브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보문사 들머리 바닷가에 자리한 강화석모도미네랄온천은 지난 1월 개장한 미네랄온천이다. 강화 유일의 대중 온천이자 인천 유일의 온천수 노천탕 시설이다. 460m 지하에서 뽑아 올린 섭씨 51도의 천연 온천수를 그대로 식혀서 쓴다. 한마디로 살아 있는 온천이다.

대부분의 국내 온천은 이미 그 용도를 다했을 정도로 물의 온도가 낮아 데워 쓰는 경우가 많다. 현명한 여행객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 하지만 이곳 석모도미네랄온천은 진짜 살아 있다. 지하암반 틈에 고여 있던 뜨거운 바닷물이다. 그래서 물맛이 짜다. 칼슘·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도 다른 곳보다 풍부하다. 물이 좋으니 효과도 당연히 좋다. 피부미용은 물론 혈액순환·근육통·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단다. 수질보호를 위해 비누·샴푸 등은 사용할 수 없다. 소금성분 때문에 거품이 나지도 않을 뿐더러 입욕 뒤 그대로 몸을 말리는 게 피부에도 좋다고 한다.

온천은 실내탕과 노천탕(15개), 황토방, 옥상 전망대, 족욕탕으로 나뉘어 있다. 실내는 10여명이 들어가도 충분한 넓이의 욕탕과 샤워부스만 있다. 하이라이트는 실외다. 야외에는 15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노천탕 욕조가 깔려 있는데 뜨거운 김이 오르는 욕조마다 수영복이나 반바지 차림의 사람들이 들어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해가 질 무렵 바다 경치를 감상하거나 서쪽 바다 위를 물들인 붉은 석양을 바라보는 재미는 여기서만 얻을 수 있는 특권이다.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 ‘보문사’ 경내.


◇한국 3대 관음도량 ‘보문사’

온천욕만으로 부족하다면 낙가산(235m) 중턱에 앉은 보문사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낙가산은 경전에 관음보살이 머무는 남해의 섬 낙가(落伽)에서 따온 이름. 또 보문(普門)은 광대무변한 서원을 실천하는 몸과 장(場)을 일컫는 말이다. 말 그대도 관음보살의 터전이고 상징인 곳에 사찰이 들어선 것이다. 이른바 ‘기도발’이 좋기로 이름이 알려질 수밖에 없다.

경남 남해의 보리암, 강원 양양의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한국 3대 관음도량으로 꼽히는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4년(635) 회정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보문사 동굴 사원은 회정대사가 처음 건립한 것을 조선 순조 12년(1812)에 다시 고쳐 지은 것이다.

경내에 들어서면 큰 법당 왼쪽으로 ‘경기도 석굴암’이라고 불리는 석굴법당이 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나한상을 모신 한국에서는 드문 석굴사원이다. 단연 보문사의 자랑이다. 일명 나한전이다. 23명의 나한을 모셨다. 신라시대 꿈속에서 산신령의 계시를 받은 어부의 투망에 걸려 올라왔다는 나한상은 30㎝ 크기의 작고 아담한 모습이다.

극락보전과 관음전 사이의 계단을 따라 낙가산을 10여분 오르면 마애관음보살상이 나온다. 눈썹 모양의 거대한 바위를 지붕 삼고 서해를 바라보고 있다. 1929년 암각해 사적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 그래도 넉넉한 웃음을 간직한 부처님 얼굴이 석양에 붉게 타오르는 모습은 경이롭다. 여기에 수줍은 얼굴로 부처가 바라보고 있는 서해바다도 너무 아름다워 눈길을 돌릴 수 없을 정도다.

밴댕이회
◇고소한 ‘밴댕이회’ 깔끔한 ‘젓국갈비’

석모도에 왔으니 ‘밴댕이회’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밴댕이의 제철은 4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다. 이때가 제일 육질이 부드럽고 맛도 고소하다. 비린내도 거의 나질 않는다. 요즘은 저장기술이 워낙 좋아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다. 이맘 때 먹는 밴댕이회는 지난해 잡은 것이다. 가장 맛있을 때 잡아서 냉동실에 보관하고 일년 내내 먹는다.

밴댕이는 성질이 급하기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밴댕이 소갈머리(딱지) 같다’고 할까. 실제로 밴댕이는 잡자마자 제 성질에 못 이겨 바로 죽는다. 때문에 활어회로는 먹지 못한다. 여기 어부들조차 살아 있는 밴댕이를 쉽게 보지 못한다고 한다. 보통은 새콤달콤한 입맛을 돋우는 밴댕이회무침으로 먹는다. 미나리·양파·당근·깻잎·쑥갓·양배추 등을 넣어 매콤하면서 새콤달콤하게 무쳐서 나온다. 술안주로 먹기도 하고 양푼에 넣어 밥과 함께 비벼먹기도 한다. 보문사 들머리에는 산채비빕밥과 함께 밴댕이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다.

젓국갈비
강화도에는 원체 젓국갈비가 유명하다. 강화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이름은 갈비지만 실제로는 전골에 가까운 음식이다. 음식의 유래는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의 제23대 왕 고종은 몽골군이 침입하자 수도를 개경에서 강화로 옮겼다. 그러나 강화도에는 임금에게 진상할 음식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지역서 나는 귀한 특산물을 모아 왕에게 대접할 음식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젓국갈비의 시초라고 한다.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잊힐 뻔했으나 전통음식 살리기에 나선 강화군이 요리법을 적극적으로 보급한 결과 지금은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젓국갈비는 새우젓과 돼지고기를 넣고 우려낸 육수에 미나리·양파·호박 등 각종 채소를 넣고 팔팔 끓여서 먹는 음식이다. 새우젓 말고는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아 국물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여기에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 칼칼함을 더할 수 있다. 유난스럽지 않고 소박한 음식이다. 그렇다고 볼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금술 좋은 부부처럼 조화를 이루는 음식이다.

◇여행메모

△가는길=강화군 외포리 선착장에서 여객선을 이용해야 석모도로 이동할 수 있다. 운항시간은 3∼11월에 오전 7시부터 오후 21시까지다. 1인 왕복 요금은 2000원, 차량요금은 중소형 승용차 기준 왕복 1만 6000원(탑승자 불포함)이다. 배에 타면서 왕복승선권을 거둬 섬에서 나올 때에는 그냥 타면 된다.

△잠잘곳=석모도 자연휴양림은 강화군청에서 운영해 가격도 저렴하지만 숲에 둘러싸여 있어 가족여행객이 찾기에 제격이다. 6·8·18·22인실은 ‘숲속의 집’, 4·10인실은 ‘산림문화휴양관’에 있다. 매월 1일 자정부터 다음 달 예약을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가격은 7만 5000원부터다.

장아치돌솥비빔밥
석모도 민머리해변 아침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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