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해외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외환시장 영향력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지나친 해석이다’라는 입장이다. 원·달러 현물환 일평균 거래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것이 이유다. 환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상황 속에서 ‘큰 손’ 국민연금을 둘러싼 역할론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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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한국국제경제학회 동계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가 커져 외환시장 영향력이 크게 증대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거주자 해외투자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9%까지 상승했다”며 “이는 외환 순매입 확대로 이어져 최근 수년간 원화 절하압력 요인으로 작용해왔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 종가(1464.8원, 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2.7원 오른 1467.5원을 기록했다. 이날 정규장에서 환율은 한때 1480원을 넘어서기도 했는데, 이는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처음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미국 대선 결과와 국내 정치 불안의 결과”라며 “원·달러 현물환 일평균 거래 규모에서 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2년 전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22년에도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올랐고, 그해 10월 1440원대로 치솟았다. 당시에도 지금과 같이 국민연금은 원·달러 환율 급등에도 환헤지를 전혀 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해외투자를 확대해 원화 약세를 유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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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트럼프 당선 후 기준금리 인하 ‘속도조절’
실제 현재 달러 강세 현상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달러는 지난 10월부터 급격한 강세를 보였다. 관세 부과 문제와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연준은 대선 이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섰다. 연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25~4.50%로 0.25%포인트(p) 내렸지만, 점도표에서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2회로 조정했다. 기존 점도표상 내년 4회 인하가 예상됐던 데서 횟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
유럽, 캐나다, 영국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자 통화정책 비동조화(다이버전스)로 달러 강세 압력이 지속됐다. 이밖에 중동·러시아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안전자산 선호가 유지된 점도 달러 가치 하락을 제한했다.
국민연금만이 환율 상승 주범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달러 강세가 내년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역할론은 끊임없이 떠오를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꾸준히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고, 이미 세계적으로 ‘큰 손’으로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환헤지 없이 신규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 총재가 국민연금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를 지적하는 것은 물론, 필요시 국민연금이 환율 안정에 기여해야한다는 책임론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를 내년 말까지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증액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달러 매입 수요를 흡수해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국민연금 해외 투자자산 전략적 환헤지 비율 10% 한시적 상향 조치를 내년까지로 추가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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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가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소시에테제네랄 등 주요 투자은행(IB) 전략가들을 대상으로 지난 16일(현지시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달러가 내년 중반에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의 공격적 무역 정책과 관세 위협에 따른 달러 강세가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하기 전부터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포인트72 애셋매니지먼트의 소피아 드로소스 전략가는 “달러화에 대한 낙관론이 이미 가격에 많이 반영됐다”며 “유럽 등 미국 이외 지역에서 성장세가 회복될 경우 달러화에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