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의 대중화…"비건 레스토랑부터 식물성 버거까지"

채식인구 지난해 200만명 육박.. 10년만에 20배↑
이태원 중심으로 형성된 '비건 로드'
편의점·패스트푸드·비건 전용 온라인몰 등 시장 확대
전문가 "채식 시장 3배 성장... 1020세대 많아 성장가능성 높아"
  • 등록 2020-03-03 오전 12:30:48

    수정 2020-03-03 오후 3:02:51

채식주의자인 박수영(32·여)씨는 얼마 전 점심을 먹기 위해 롯데리아로 향했다. 최근 롯데리아가 출시한 ‘미라클버거’를 먹기 위해서다.

박씨는 “가까운 패스트푸드점에서 채식주의자를 위한 버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감동이었다"며 "채식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많아져서 뭉클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출시된 롯데리아 미라클버거 (사진=롯데GRS)


채식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채식주의자 커뮤니티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200만명 사이로 추산된다. 2008년 10만명에 불과하던 것에 비해 지난 10여년만에 약 20배나 성장한 것.

채식주의가 확산된 것에는 최근 동물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진 것이 계기가 되었다.

박씨는 “4년 전 아기 고양이를 반려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채식을 시작하게 됐다”며 “반려묘는 가족으로 생각하면서 다른 동물은 음식의 일종으로 여긴다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어 육식을 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채식주의자는 통상 네 단계로 구분한다.

가장 아랫단계인 '락토오보 채식'은 채소·우유·달걀은 먹지만 생선·해물은 먹지 않는다. '오보 채식'은 달걀은 먹지만 생선·해물·우유·유제품은 먹지 않는다. '락토 채식'은 우유·유제품은 먹지만, 생선·해물·달걀은 먹지 않는다. '비건 채식'은 오직 채소만 먹는 사람을 말한다. 그 외에도 붉은 고기를 먹지 않는 '폴로', 가금류·조류를 먹지 않는 '페스코', 상황에 따라 육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 등의 세미 베지테리언이 있다.

채식 인구가 늘고는 있지만 채식주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박씨는 "회식 자리에서 김치와 밥만 먹고 일어난 적도 있다"며 "고기를 어떻게 안 먹고 사느냐는 비아냥을 참아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부터 채식을 시작한 김민영(24, 가명)씨 역시 "밥을 먹을 때마다 주변에서 '건강에 해롭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으니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사진=플랜트 홈페이지)


이태원 ‘비건 로드’를 아시나요

그동안 채식주의자들은 채식전용 식당이 흔하지 않은 탓에 특정 장소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이태원. 이른바 ‘비건 로드’가 형성된 이태원은 채식인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이다. 이가운데 '플랜트'는 그 중 오랫동안 이태원을 지켜온 채식 식당이다.

이곳의 메뉴는 다양하다. 콩으로 만든 고기나 대체육을 사용한 버거, 채소와 두부 등 채소와 드레싱으로 만들어진 샌드위치, 버섯이 토핑으로 올라간 파스타 등.

플랜트를 7년간 운영해온 이미파 대표는 “과거에는 단골손님들이 대부분 외국인들이었지만 최근에는 채식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져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한국 손님들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어 “채식과 채식중심의 생활 방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플랜트가 들어선 후 이태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채식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 늘어났다. 이 대표는 그 변화의 시작부터 함께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롭게 생기는 채식주의 식당들을 보며 우리 모두가 더 큰 목적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며 “같은 채식주의 음식을 한다고 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루는 음식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사진=헬로네이처)


비건푸드, 이제는 더 간편하게

채식 인구 증가에 맞춰 최근 유통업계는 비건 간편식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편의점 CU와 세븐일레븐은 비건 간편식인 ‘채식주의 간편식(CU)’과 ‘버섯 콩불고기 김밥(세븐일레븐)’ 등을 내놓은 것에 이어 롯데리아는 지난 13일 업계 최초로 식물성 버거인 ‘미라클버거’를 출시했다. 롯데GRS 관계자는 “고객들은 고기 없이 고기 맛이 난다는 것으로 해서 호감도가 급증했다는 반응이 많다”고 답했다.

온라인 푸드 마켓 헬로네이처는 지난해 7월 비건 전문 존을 신설했다.

비건들의 주식인 채소, 과일 등을 새벽배송을 통해 신선하고 빠르게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비건 쇼핑몰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비건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고자 기획하게 되었다”며 “비건 장보기의 편의성을 높이고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는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소비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응원을 보낸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비건 상품이 출시되면 한 번 쯤은 꼭 구매하려는 편”이라며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처럼 접근성이 좋은 곳에서 비건 식품을 판매하니 채식하기가 좀 더 수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비건 푸드, 일시적 유행 아닌 생활방식의 변화

전문가들은 채식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어윤선 세종사이버대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 교수는 “비건 푸드는 트렌드라기보다는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며 “과거에는 40·50대 이상 분들이 채식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10·20 세대부터 폭 넓은 세대가 채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 교수는 “환경 문제와 반려 동물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화 되면서 육류 소비에 대한 인식이 바뀐 측면이 있다”며 “최근 2~3년 새에 비건 푸드 시장이 3배 이상으로 크게 확대되었기 때문에 향후에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스냅타임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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