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폐플라스틱량 한국 60%…"정부규제가 기업혁신 유도"

독일 연방환경청(UBA) 플라스틱 및 포장 부문 담당자 인터뷰
1인당 폐플라스틱 발생량 한국, 독일 3배
플라스틱 재활용률 독일의 40% 불과
EPR 생산자부담 최고 수준 독일…환경산업 발달
EPR 부담, 소비자가격 1% 불과…장바구니 물가 저렴
  • 등록 2022-11-30 오전 5:50:00

    수정 2022-11-30 오전 5:50:00

[데사우=이데일리 김경은 기자]우리나라의 1인당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독일의 약 3배다. 반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독일의 4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분리수거 의무는 독일에 비해 훨씬 높고 이행도 철저하다. 그럼에도 더 많은 플라스틱 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있으며, 재활용도 잘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소비자에게 끊임없이 의무를 부가하는 우리나라의 폐기물 정책이 생산자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은 제품을 제조·판매·유통하는 기업이 폐기물에 대한 재활용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며, 기업의 규모에 따른 예외는 없다.

이데일리는 지난달 독일 작센 안할트(Saxony-Anhalt)주 데사우(Dessau)에 위치한 독일 연방환경청(Umweltbundesamt·UBA) 본청에서 게르하르트 코치크(Gerhard Kotschik) UBA 플라스틱 및 포장 부문 담당을 인터뷰하고, 한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진단했다.

게르하르트 코치크(Gerhard Kotschik) 독일 연방환경청(Umweltbundesamt·UBA) 플라스틱 및 포장 부문 담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독일 작센 안할트(Saxony-Anhalt)주의 소도시 데사우(Dessau)에 위치한 UBA 본청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분리배출 철저한 한국보다 훨씬 높은 재활용률

선진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웃도는 몇 안되는 국가가 독일과 한국이다. 인구 8300만명, 세계 경제 순위 4위인 독일은 지난 2019년 플라스틱 폐기물 628만t을 배출했다. 인구 5200만명, 세계 경제 순위 10위인 한국의 연간 배출량 약 1000만t보다 적은 양이다.

독일은 이렇게 배출된 폐플라스틱 46.6%를 재생 원료로 재활용해 다시 생산단계에 투입했다. 52.8%는 에너지원이 됐고, 매립은 0.6%로 비중이 미미하다. 이를 우리나라 집계방식으로 보면 99.4%가 재활용된 것이다. 2020년 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률 70%에는 에너지회수가 모두 포함됐기 때문이다. 반면 독일식 기준에서 본 우리나라의 재활용률은 약 18% 수준으로 정부는 파악한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생활 폐기물 재활용 통계에 한국(59%)이 독일(65%)에 이어 2위로 발표된 통계치가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다.

특히 주목해야할 것은 한국이 제자리 걸음하는 동안 독일의 재활용률은 정책목표를 향해 달려왔단 점이다. 한국의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은 2013년 59.1%에서 2020년 59.7%로 지난 7년간 사실상 제자리다. 반면 독일의 생활 폐기물 재활용률은 2002년 56.1%에서 2013년 63.8%, 2020년 67.4%로 증가세다. 이는 독일 연방 정부가 제시한 2020년 정책 목표인 65%를 초과달성한 것이기도 하다.

플라스틱은 저렴하고 성형이 용이하며 강도가 강하다는 장점 덕분에 사용량 억제는 좀처럼 쉽지 않다. 시장경제는 전례 없던 새로운 제품과 거래 방식을 끊임없이 창출시킨다. 이에 독일 정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라는 큰 뼈대 위에서 새로운 규제 영역이 생길 때마다 확대 적용하며, 의무 재활용 할당량을 지속 상향시켜 나가고 있다.

기업 부담 가중 우려에 대해 코치크 담당은 “처음 진출 기업은 생소하겠지만, 처리 과정은 독일의 듀얼 시스템이 도와주기 때문에 큰 부담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재활용 의무 생산자들은 독일의 지방자치단체와 10군데 공제조합이 운영하는 듀얼 시스템에 가입해 라이선스 수수료를 내기만 하면 된다. 단 재활용이 어렵게 제품을 만들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다.

독일 시민들은 종이, 병을 별도로 분리배출하고 그 외 재활용 가능 폐기물은 모두 노란색 봉투에 넣는다. 독일의 한 공원에 설치된 쓰레기봉투. [사진=김경은 이데일리 기자]
정부 규제가 민간혁신으로…재활용 산업 급성장

정부의 규제에 기업들은 혁신 기술 개발로 응수했다.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가격 부담이 낮은 이유다. EPR 부담은 현재 소매가격의 1% 수준에 불과할 만큼 미미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 기자가 대형마트에서 동일한 품목을 한국과 독일에서 구매했을 때 한국이 약 2배 비쌌다. 독일은 공산품과 공공서비스 물가가 높기로 유명하지만, 장바구니 물가가 저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독일도 ERP 제도 시행 초기엔 폐기물 처리 과정이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해 처리비용이 높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에 기업들은 재활용이 쉽게 제품을 빠르게 개선해 나갔다. 독일의 포장재의 부피는 제도 시행 2년 뒤인 1993년 전년 대비 50만t이 줄었고,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4배 끌어올렸다.

독일의 환경산업이 독일 경제의 주요 축이 된 배경이기도 하다. 1990년엔 작은 폐기물 처리 회사에 불과했던 기업들은 효율적인 재활용 및 에너지 생성을 위해 고도로 전문화된 공급업체 및 전문가가 됐다. 독일 최대 규모의 쓰레기처리 전문기업 레몬디스가 대표적 예다. 전 세계 30개국에서 3만3000여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지난해는 115억 유로(한화 15조 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레몬디스는 독일 뤼넨에서 유럽에서 가장 큰 재활용 센터를 운영하며, 자체 개발 기술을 통해 이 시설에서만 2500만t의 자재를 다시 생산 단계로 돌려보내고 있다. 리페 공장에서만 연간 탄소배출량을 50만t을 절감, 레몬디스는 리페 공장과 유사한 공장과 시설을 전 세계적으로 500개 보유하고 있다.

기업부담은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독일의 플라스틱 포장재 품목의 재활용 의무 비율 2025년 50%에서 2030년 55%로 상향된다. 특히 “재활용이 용이한 정도에 따라 EPR 의무를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코치크 담당은 전했다. 환경정책 두뇌역할을 하는 UBA는 환경행정을 총괄하는 연방부처와 별개로 환경 관련 연구, 법·규정 마련 등을 담당한다.

다만 1~2인가구 증가, 온라인 배송과 음식 포장의 증가 등으로 독일의 포장재 폐기물도 다시 증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일이 2019년 포장재법(VerpackG)을 개정해 역외사업자와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업자로 대상을 확대한 이유다. 무역장벽 우려에 대해 코치크 담당은 “독일은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의무를 지는데, 수입업자도 큰 부담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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