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아무리 강심장이어도"…테라 사태에 크립토 자금줄 뚝

가상자산 투자 플랫폼은 물론 블록체인·NFT·P2E까지 타격
관련 포트폴리오 담은 펀드 수익성 급락에 VC들 적신호
투자 적기라는 의견도 多 "거품 꺼진 지금 잘 들여다봐야"
  • 등록 2022-05-29 오전 9:30:00

    수정 2022-05-29 오전 9:30:00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고민이 많은데 투자까진 못하고 보고 있습니다. 코인의 가치와 맞물려서 갈 수밖에 없어서 언제 다시 오를지에 대한 예측이 안 되면 당분간은 쉽지 않겠죠. 투자받기 직전 딜 깨진 곳들이 수두룩합니다.”

엑시트 기대주로 언급됐던 크립토 관련 스타트업들이 테라 사태로 기업가치가 꺾이면서 투자했던 벤처캐피털(VC)업체마다 쓴웃음을 짓고 있다. 진행하고 있던 투자 논의가 줄줄이 끊기는 등 가상화폐 시장 침체기를 의미하는 이른바 ‘크립토 윈터’가 도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테라에 생태계에 기반한 사업모델을 가진 업체들은 물론 가상자산 투자사, NFT(대체 불가 토큰)와 P2E(돈 버는 게임) 업체까지 줄줄이 타격을 입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메인넷 개발업체는 상당히 높은 밸류로 투자받기 직전에 테라 사태가 터지면서 계약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VC 업계 한 심사역은 “팔로우온 투자로 밸류를 굉장히 높게 띄워서 투자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이었는데 루나 사태 이후로 홀딩됐다. 밸류도 많이 조정되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에 경기상황이 나쁘고 루나도 터져서 예상보단 길게 가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올 초까지만 해도 가상자산 투자 활성화로 메인넷을 비롯해 관련 플랫폼의 몸값이 치솟은 것과는 정반대다. 한참 전부터 낀 거품이 터지기 직전까지 부푼 상태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불확실성에 안전 투자처로 옮기려는 투자자들 움직임이 맞물리자 터졌다. 테라 사태는 거기에 기름을 부으면서 깊은 조정장이 오고 있다는 평가다.

크립토 전용 펀드를 만들거나 해당 영역에 관심과 투자 경험 많은 심사역들을 뽑으며 투자 본격화 채비 나선 VC들은 투자를 유보했다. 시대 흐름상 웹3.0 등 디지털 자산 연관 시장은 언젠간 크게 터질 수 있다는 판단에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명칭에 의존해 안정성이 높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나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자들마다 위험성에 대한 고지를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다른 VC 한 심사역은 “크립토 펀드들을 조성한 하우스는 투자해야 하는데 많이 박살이 나면서 투자 자체를 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크립토 펀드가 아니라 자유롭게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곳들도 시장이 좋지 않으니 경기가 나쁠 때처럼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시장을 보고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하우스마다 회사 차원의 입장을 정한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립토 업체에 투자하려다 관둔 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 쟁글 등 크립토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리려는 기업에 투자한 VC들은 정부 공시 의무화 등 규제 가능성에 밸류 상승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금이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당분간 딜 성사는 어렵겠지만 거품은 빠진 만큼 더욱 까다로운 기준에 옥석 가리면서 다시 부상할 디지털자산 산업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웹3.0을 단순 유행에 그칠 테마주가 아니라 인프라로 보면 탈중앙화 시대에 대비해 지금이 적정 밸류에 투자할 수 있는 적기란 목소리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크립토 투자에 힘줬던 한 VC 심사역은 “이미 작년과 재작년 크립토에 유입된 자금이 글로벌 기준 41조가량에 육박한다”며 “이 자금을 기반으로 저마다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2~3년 후에 나올 것이기에 좋은 회사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지금 시장에 쇼크가 온 건 맞다. 크립토 윈터가 길 순 있으나, 열심히 투자해야 다음 사이클이 왔을 때 의미 있는 포지션을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투자를 멈추진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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