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기와 2023년 2월부터 이어진 금리 동결기를 거쳐 지난해 10월 통화정책방향을 38개월 만에 전환했다. ‘역대급 난이도’의 금리 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른바 ‘7인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금통위원들의 결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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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내부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이번 금리 인하기는 예측도 판단도 힘들다는 평가다. 긴축과 완화라는 어감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금리 인하기는 금리 인상기보다는 통상 수월했으나 이번 국면은 다르다는 것이다. 금리를 인상할 때는 경제 전반적으로 고통이 따르지만 인하기에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있을지언정 경제 주체들이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시장 컨센서스를 뒤엎는 ‘깜짝 인하’가 나왔던 지난해 11월에도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인하할 것 같지만 동결해도 이상하지 않다”였다. 최근 현장 분위기는 “종전엔 인하가 대세였지만 갈수록 동결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 하지만 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조금 더 크다”이다. 시장을 매일 보는 전문가들도 경제학 전문가인 교수들도 한은 금통위가 ‘어떻게 결정할지’보다는 ‘이렇게 해야 한다’에 가까운 전망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4일 발표한 ‘2025년 2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이달 3∼8일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명 중 6명이 이번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40%는 금통위가 25bp(1bp=0.01%포인트)를 인하하는 ‘베이비스텝’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통상 금통위를 앞두고 한쪽 방향으로 90% 이상 쏠리는 채권 트레이더들 조차 금리 결정을 두고 양방향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하를 처음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 미국 대선, 비상계엄,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조 변화 등 매 금통위 회의 사이에 예상치 못한 굵직한 변수가 발생하고 있는 점도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결국 이제는 판단의 문제다. 오래된 비유지만 물이 반이 담겨 있는 컵을 보고 반이나 담겨 있다고 볼지, 반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볼지는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과 앞으로의 전망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금리 결정도 중요하지만 그 배경과 향후 전망에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