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싼 이자도 벅차요"…서민금융, 부실률 역대 최고

소액생계비대출 10명 중 3명 연체…햇살론 대위변제율 25% 넘어
정부 지원에 저리로 빌렸지만…경기 부진에 그마저도 감당 못해
내년 서민금융예산 반토막…저신용·저소득층 정책금융 혜택 못받아
  • 등록 2024-12-30 오전 6:00:00

    수정 2024-12-30 오전 11:03:40

[이데일리 이수빈 김국배 기자]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5년 전 코로나가 덮치면서 대출에 기대야 했다. 정책대출 상품도 모자라 카드론, 현금 서비스까지 받으며 버텼다. 하지만 코로나가 끝나도 여전히 매출은 나오지 않았고, 원금 상환 기간이 돌아왔다. 한 번 연체하니 상환 계획이 줄줄이 무너졌다. 결국 연이자 15%의 소액생계비 대출까지 받았지만 이자를 갚을 길도 막막하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햇살론15 대위변제율, 코로나때보다 높아


정부가 서민을 위해 지원하는 서민금융상품의 부실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 지원으로 낮은 이자에 빌려주는 대출까지 갚지 못할 정도로 서민경제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 서민 정책금융 예산마저 줄어들면서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이데일리가 국회 정무위원회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서민금융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저신용·저소득층에게 싼 이자로 급전을 빌려주는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채무자가 빚을 못 갚아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비율)이 지난달 말 25.5%로 급등했다. 역대 최대치로 코로나 때인 2020~2022년(5.5~15.5%)보다 더 높다.

취약계층에게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 대출 대출의 연체율은 작년 말 11.7%에서 올해 11월 말 31%로 두 배 넘게 급등했다. 신용 평점 하위 10%인 최저신용자에게 연 15.9%의 금리로 대출을 내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도 지난해 말 14.5%에서 올해 11월 말 26.6%로 10%포인트 넘게 뛰었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웠던 저신용자에게 발급해주는 ‘햇살론카드’의 대위변제율도 같은 기간 12.3%에서 17.3%로 올랐다. 근로자 햇살론이나 햇살론 유스의 11월 말 대위변제율은 각각 12.8%, 12.3%로 작년 말보다 0.7%포인트, 2.9%포인트씩 증가했다.

이는 고금리·고물가 여파에 경기 부진 등으로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정책금융 부실률이 역대 최대치라는 것은 현재 경기 상황이 매우 안 좋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적자 가구 비율은 23.9%로 1년 전(23%)보다 1%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전체 가구의 4분의 1 가까이 적자 상태인 셈이다.

정책금융 공급 예산, 내년 반 토막…중장기적 재편 목소리

여기에 내년 서민 정책금융 공급 예산(1조 200억원)이 올해보다 6100억원 줄어들면서 서민금융 축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예산이 그대로여도 부실이 늘면 공급 규모가 줄어드는데 예산까지 줄어든 것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 예산을 올해보다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비상계엄 사태 속에 감액된 예산안이 통과됐다. 햇살론15는 국민행복기금 소진으로 올해 1조 500억원에서 내년에는 40% 줄어든 6500억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공급 목표도 사업손실률 상향(20%→33%) 영향으로 올해 2800억원에서 내년 1700억원으로 줄었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민금융정책상품은 보증 상품이라 예산에 따라 운용 배수가 정해지기 때문에 예산이 깎이면 공급 여력이 떨어지게 돼 있다”며 “그렇다고 리스크 관리를 통해 대위변제율을 낮춘다면 운용 여력은 늘어나겠지만 결국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걸러내야 한다는 뜻이어서 서민금융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 기부금 등 민간에서 도와주기만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부실률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서민정책금융을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민환 교수는 “서민정책금융에서 ‘복지’를 분리해 상환을 전제로 상품을 운영해야 한다”며 “시중금융기관이 중신용자나 저신용자에게 중금리로 돈을 빌려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여기서 탈락한 사람을 정책서민금융이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예 서금원 자체적으로 기금을 축적해야 한단 주장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식으로 목표한 것보다 공급이 줄지 않도록 서금원도 돈을 쌓아둬야 한다”며 “은행 출연금 등을 받는 것보다 정부가 아예 예산을 배분해줘야 정책금융 역할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정책서민금융 체계 전반을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책 서민금융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에서 취급하는 민간 서민금융도 함께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진다. 김남근 의원은 “매년 최고치를 기록하는 대위변제율과 연체율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며 “재원 확보와 더불어 부실 발생을 최소화할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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