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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막 뚫리면 ‘펑’…연쇄 작용 차단이 핵심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양극재와 이를 받아들이는 음극재, 둘 사이의 접촉을 막는 분리막과 리튬이온 이동을 돕는 전해질로 구성된다. 큰 사고가 나면 분리막을 뚫고 양극과 음극이 직접 만나 강한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이는 모듈과 팩으로 전이돼 큰 화재와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경우처럼 미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배터리에는 각종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중국은 저가 리튬인산천(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며 이번에 불이 난 삼원계(NCM) 배터리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로 꼽힌다. 이들은 대체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전기차 시장 장악 속도를 높여왔다. 반면, 국내 제조사들은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안전성과 품질을 우선시해왔다.
제품 외적인 측면에서도 안전성 강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은 전기차 전류와 전압, 온도 등 배터리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불량을 사전에 예측한다. 이 회사는 셀 내부 온도 측정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미국 반도체 업체 ADI와 관련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SDI(006400)는 알루미늄을 외장으로 사용해 외부 충격과 열에 강한 각형 배터리를 주력 생산한다. 삼성SDI는 해당 제품에 ‘가스 배출 특수 장치’를 적용했다. 제품 위에 난 작은 구멍은 평상시에는 닫혀 있다가 이상 상황 발생 시 열린다. 충격이 가해진 배터리 내부에서 발생한 가스를 내보내기 위한 장치다.
과충전 방지 장치(OSD)도 적용했다. 배터리에 이상이 생기면 에너지 흐름을 단절하는 역할이다. 단락 차단 장치(FUSE)는 ‘두꺼비 집’과 유사하다. 특정 전류가 흐르게 되면 회로를 끊어버리는 기능을 수행해 전류 흐름을 차단한다. 배터리에 부착된 특수 소재의 첨단 약품과 열 확산 차단재는 화재 확산을 삼중으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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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내 제조사들이 안전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외부 충격에 약한 배터리 특성상 전기차 화재에 ‘성역’이 없는 만큼 한층 강화된 기술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화재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것으로 화재 위험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비 안전한 것은 확실하지만 아직 충분한 성능을 내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고체 역시 화재 위험을 아예 차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금의 배터리 시스템에서 안전성을 높이려는 업체들의 노력이 더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분리막의 세라믹 코팅을 통한 안전성 강화 등을 주로 도입했지만 수동적인 면이 많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열에 강한 새 소재를 개발하거나 배터리에서 불이 나거나 폭발하려고 할 때 내부 전류를 자동으로 차단하는 등의 적극적인 장치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