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중앙심리부검센터장 "가족 자살 숨기지 마세요"

자살자 연평균1만 3000명..유가족 연 10만명 발생
유족 자살율 일반인보다 6배 높아..방치대책 필요
"심리부검 고인에 대한 이해 높여 유족 치유에 도움"
"자살 이유 밝혀 자살방지대책 수립에도 기여"
  • 등록 2015-11-09 오전 6:00:00

    수정 2015-11-09 오전 7:03:10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1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김현수 중앙심리부검센터장(제공=중앙심리부검센터)
못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 자살자 수는 연평균 1만 3000명에 달한다. 자살자 한 명마다 자살유가족 6명이 생긴다.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10만명 넘는 자살유가족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가족이나 지인의 자살을 드러내길 꺼린다. 자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어서다.

그러나 자살자 유가족의 자살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6배나 높다는 점에서 쉬쉬할 일만은 아니다. 자살을 방지하고, 자살 유가족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현수(49) 중앙심리부검센터장(서남대 의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유가족에게 지워지는 죄책감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한다. 자살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부터 자살을 실행하기 전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죽지 말자’는 생각을 갖도록 하지 못한 존재였다는 것 등 과도한 죄책감으로 수렁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심리부검’은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유가족과 지인들이 이해할 수 돕는다는 점에서 남겨진 사람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김 센터장은 “유가족이 가족의 자살에 대해 말하고 전문가들과 소통하는 것이 치유의 첫 번째 단계”라며 “주변에서도 자살을 막지 못했다고 유가족을 책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울하거나 큰 경제적 실패에 빠진 사람들은 자살이 가족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가족들은 고인을 책망할 수 있지만 사실 고인은 자신의 자살이 가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목숨을 끊을 정도로 가족을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나 자살은 남겨진 가족에게 말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어떤 경우에도 잘못된 선택이란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김 센터장이 심리부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가까운 지인의 자살 때문이다. 그는 자살한 지인의 유가족이 발견된 시신을 어떻게 수습하고 장례를 치루는 지 옆에서 지켜보며 가족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를 엿볼 수 있었다. 김 센터장은 그런 고통이 다른 가정에 되풀이 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심리부검이라는, 아직은 우리사회에 생소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가 수백개는 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주로 자살하는 지는 모른 채 막연히 자살을 막겠다고 나서다 보니 자살율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심리부검은 왜 자살했는 지 파악해 효율적인 자살예방정책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심리부검은 자살한 사람의 성장 과정, 의학적 병력, 사회적 활동 등을 조사해 자살 당시 심리에 대해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유사한 상황에 처한 자살 우려자를 돕고, 자살예방정책을 수립하는데 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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