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이후에도 안심 못한다" 괴물태풍 잦아진다

피해는 매미·루사보다 적을 듯…위력은 매미, 영향은 루사급
제주산지에 1000㎜ 강수 집중 빠르게 내륙 지나가
내륙쪽 피해 포항 등 일부 경상권에 집중…시간당 110㎜ 기록적 폭우
  • 등록 2022-09-07 오전 6:00:00

    수정 2022-09-07 오전 6:00:00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울산을 관통한 6일 오전 울산시 남구 한 주택에 나무가 쓰러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태풍의 강도와 영향면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매미’와 견줘왔다.

막상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한반도의 모습은 당시와 비교해 적은 피해를 입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 위력면에선 ‘매미’에 버금갔고, 강수량은 ‘루사’와 맞먹은 역대급 태풍이었다. 힌남노는 앞으로 우리나라 주변으로 막강한 위력을 가진 태풍의 발생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재난대응수위를 높여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가 내륙에 상륙한 이후 최저해면기압은 오륙도에서 관측된 955.9hPa로 역대 2위였던 매미 954.0hPa에 이어 세 번째로 강했다. 태풍의 강도는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높다.

영향면에서 보면 일최대강수량은 지난 5일 제주 윗세오름에서 703.0㎜를 기록해 루사 870.5㎜(강릉)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힌남노는 이같이 위력과 영향면에서는 역대급 태풍이다. 다만 현재 집계가 진행 중이긴하나 수 백명의 인명피해와 수 조원의 재산피해를 낳았던 매미와 루사보다는 피해가 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힌남노가 한반도 상륙 시나리오 가운데선 피해를 최소화한 경로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힌남노는 5일 자정 제주시와의 최근접 거리인 성산 동남쪽 해상 40km에서 945hPa의 강도로 우리나라에 근접했다. 이후 6일 새벽 4시10분경 거제에 상륙해 오전 6시 부산을 지나 7시10분께 울산에서 동해안으로 빠져나갔다.

약 2시간 20분간 상륙했지만 부산을 스쳐 빠르게 지나갔다. 매미보다 더 해안에 가깝게 포물선을 그리며 북동진했고, 루사보다는 상륙시간이 짧았다.

태풍의 위험반원 반대편인 왼쪽에 우리나라 내륙이 놓이면서 힌남노의 일최대풍속은 37.4㎧에 그쳤다. 지난 2019년 링링(42.1㎧)에 이은 8번째다. 역대 1위였던 매미(51.1㎧)와 비교하면 13.7㎧ 약한 것이다.

힌남노가 이같이 동편화한 것은 우리나라 상층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많이 유입되면서다. 차고 건조한 공기는 태풍의 강도를 약화시켰고, 우전향하는 커브의 각도를 더 꺽게 만들었다.

하지만 찬 공기가 경남권까지 내려오면서 태풍의 수증기와 만나 ‘선상강수대’가 형성된 경북 포항과 경주엔 매우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선상강수대는 적란운이 쌓이고 쌓여 마치 선 모양으로 이어진 강한 비구름대로, 좁은 범위에 집중호우를 내리기 때문에 재해의 원인이 된다. 이번 비 피해가 집중된 포항은 시간당 최대 110㎜의 거센 비가 내렸다. 특히 선상강수대의 집중 구역에 놓인 포항은 6일 0시부터 7시간 동안 342.4㎜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날 하루 가장 많이 비가 내린 곳이다.

또 역대급 강수량에도 불구하고 비 피해가 루사에 비해 적은 이유는 빠른속도에 있다. 루사는 느리게 한반도를 통과하며 강릉에 하루동안 870.5㎜의 비를 퍼부었다. 반면 어마어마한 수증기를 품었던 힌남노는 제주 산지에 이틀간 954.0㎜의 강수를 뿌리며 한라산에서 수증기를 많이 소진한 채 내륙으로 진입해 빠르게 이동해 나갔다.

힌남노는 불행 중 다행의 태풍이다. 역대급 위력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입도록 지나갔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주변에 이같은 강도높은 태풍 발생 가능성은 점점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기후변화로 ‘괴물 태풍’은 점점 늘어날 것이란 게 과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태풍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인 해수면 온도의 상승이 추세적으로 지속하고 있으며, 현재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대비 1~2도 가량 높은 상태다. 태풍은 과거 10월까지도 발생한 바 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힌남노의 세력을 키운 주원인으로 해수면 온도 상승”이라면서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앞으로도 힌남노와 같은 초강력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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