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돈 버는 게임’ 혁신이 되려면

‘게임 재화→현금화’ 국내선 불법
업계 “풀어달라” 하지만 여론 싸늘
확률 뽑기 과용으로 이용자 비판 이어져
이재명 후보 일침…보호 규제 받아들여야
  • 등록 2021-12-15 오전 6:00:00

    수정 2021-12-15 오전 8:01:40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돈 버는 게임’이 장안의 화제다. 플레이투언(play to earn, P2E), 직역하면 ‘놀면서 번다’는 뜻으로 시장에선 P2E가 돈 버는 게임으로 통하고 있다. 이 P2E의 최대 특징은 게임 내 재화를 가상자산화(대체불가토큰 발행)한 뒤 암호화폐와 연동해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가 게임 내 임무를 완수하면 현금화가 가능한 토큰을 보상으로 주기도 한다.

게임업계에선 P2E를 두고 ‘한국만 막고 있다’며 항변한다. 실제로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시장에서 P2E 서비스가 가능하다.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현금 환전이 가능한 P2E에 사행성 요소가 있다고 판단, 게임물 등급분류 거부 또는 취소로 대응하고 있다.

P2E가 이용자에게 게임 내 재화 소유권을 넘기는 등 여러모로 혁신 모델인 것은 분명하나, 게임업계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확률형 뽑기’다. 확률형 뽑기가 P2E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진화할 경우, 그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 예상하기조차 조심스럽다.

현재 대다수 국내 게임엔 확률형 유료 뽑기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캐릭터도, 장비 능력도 뽑기를 통해 강화한다. 이 과정에서 몇만 원에서 많게는 몇천만 원이 들기도 한다. 여러 번 뽑아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돈을 들여야 할지 알 수 없다. 일부 업체는 뽑기 확률을 높이는 유료 상품을 판매한다. 뽑기 실패가 누적될 경우, 일정 보상을 부여하는 시스템도 부실하다는 비판이 있다.

이런 가운데 게임사가 디지털 코드인 아이템을 무한정 찍어내고 이 과정에서 확률 뽑기가 들어가 쪽박과 대박이 나뉘고 손쉽게 현금화가 가능하다면 어떤 게임 세상이 펼쳐질까. 한국은 확률 뽑기 운용에 있어서 세계 최선진국이다. 기업 생리상 뽑기를 과용하지 않을까. 이미 올해 게임업계가 이용자들의 비난에 몸살을 앓은 바 있다.

때마침 이재명 대선후보가 확률형 아이템의 부정적 측면을 언급했다.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소비자 기망, 확률정보 공개의 일방적 결정 및 검증 절차 미비, 다중 뽑기의 사행성 조장 등으로 갈수록 이용자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일침을 놨다.

경기도지사 등을 지낸 이 후보는 대표적인 게임 진흥론자다. 그랬던 그가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업계가 더 큰 혁신을 바라본다면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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