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혼돈의 배달시장, 양보 없으면 공멸한다

  • 등록 2024-10-14 오전 5:45:00

    수정 2024-10-15 오후 1:52:33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코로나 팬데믹 시절 급성장한 배달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수수료를 둘러싸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운영사와 입점업체인 자영업자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다.

정부 주도로 상생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어 6차 회의까지 이어갔지만 여전히 각자의 입장만 되풀이한 채 공회전을 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에서는 자율적인 상생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까지 나타냈지만 상생협의회는 표류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은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소비자가 한 번이라도 더 자사의 배달앱을 이용토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더 많은 입점업체를 유치해야 회사 성장을 꾀할 수 있다. 자체 배달서비스도 하다보니 라이더들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 마디로 사업자까지 포함하면 4자가 모두 만족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배달의 민족(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3사가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3사의 이해관계도 다르다. 배민 서비스를 운영 중인 우아한형제들은 수천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아직 적자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익을 내고 있는 회사와 이익을 내야만 하는 회사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 회사는 상생안조차 제출하지 않는가 하면 어떤 회사는 조건부 수수료율 조정안을 내면서 입점업체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만난 배달앱 업계의 한 고위 임원 역시 “상생안이라는 게 우선 배달앱 3사가 공감을 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할 지 의문”이라며 “협의체에 참여한 주체들이 모두 동의하지 못하면 상생안은 마련하기 힘들다”고 했다.

입점업체도 의견을 일치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자영업자마다 상황이 다르고 일반 자영업자와 프랜차이즈 자영업자와 경영환경이 다를 수 있어서다.

다만 입점업체들도 좀 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어느 때보다 자영업의 위기가 심각하다보니 배달앱 수수료가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하지만 지금 자영업의 위기가 마치 배달수수료율의 인상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원인이 복합적이다. 식자재, 각종 공공요금, 임대료 등 경영에 부담을 주는 이유는 다양해서다. 또 입점업체들도 그동안 배달 플랫폼을 이용해 많은 혜택을 누린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배달앱 업계와 자영업자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상생안은 도출할 수 없다. 상생안을 만들 수 없다면 결국 공익위원이나 정부 주도로 중재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중재안은 상생안보다도 구속력이 약하다. 상생안보다 구속력이 더 약한 중재안은 자영업자나 배달앱 운영사 모두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다.

결국 상생안을 마련은 배달앱 운영사와 자영업자 모두 한 발씩 양보할 때 가능하다. 정부는 이달 내로 상생안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상생안 마련의 열쇠는 배달앱 운영사와 입점업체들이 쥐고 있다.

서로의 입장만 고수하다보면 자영업자는 고객을 잃고, 배달앱 업계는 소비자와 자영업자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배달앱 업계와 자영업자 모두 공멸의 길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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