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도국 독일은 불편했다[플라스틱 넷제로]

순환경제 선도국 독일
EU 일회용품 사용금지에 한발 더 나가
내년부터 리유저블컵 제공 의무 발효
리유저블 용기 시장 5년새 급성장…민간 주도 시장
  • 등록 2022-10-16 오전 9:00:00

    수정 2022-10-22 오후 8:18:32

[독일=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독일은 편리함과 거리를 둔다. 지난해 7월부터 유럽연합(EU)의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 지침을 받아들인데 더해 독일의 자체적인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더해 있다. 자체적으로 빈용기 보증금(Pfand·판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나아가 내년부터는 다회용(리유저블·Resuable) 컵과 보울(Boul) 사용 의무가 발효된다. 이미 리유저블 컵 사용이 일반적인 만큼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유예된 한국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제도 시행까지 78일 남은 현재 독일의 대부분 카페에서 재사용컵의 사용은 매우 흔한 ‘투 고(To go·포장)’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의 한 소매점에서 제공한 리유저블컵(사진=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스스로 전 세계 친환경 정책의 선도국이라 자부하는 독일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데 스스럼없다. 플라스틱 규제 패러다임으로 ‘재활용(Recycle)’은 불완전하다는 인식을 가진 독일은 보다 불편한 플라스틱 물질 사용의 감축(Reduce)과 재사용(Reuse)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이전한 단계다.

독일의 대도시와 소도시 할 것 없이 일회용품 규제의 정착 수준은 높다.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남부의 프라이부르크와 하이델베르크, 독일 환경청이 있는 데사우 등 5곳의 호텔은 일회용품 일체를 제공하지 않았다. 3~4성급 호텔에 일회용 슬리퍼와 일회용 세제 도구가 없을 것이란 예상은 못했다. 심지어 플라스틱 생수병에 담긴 먹는 물 역시 제공하지 않았다. 당장 마트에 들러 비누와 마실 물을 샀고, 비누는 고이 싸서 호텔을 이동할 때마다 들고다녔다.

거의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에는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없었으며, 대신 종이컵이나 리유저블컵을 줬다. 우유 거품이 묻은 리유저블컵은 휴지로 닦아내 가방에 넣어다녀야한다.

0.25유로의 판트(Pfand)가 붙은 생수병(사진=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또 대부분의 빈 음료병에는 0.15~0.25유로의 ‘보증금’이 붙어 있는데, 500ℓ 생수 기준 낸 돈의 절반이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빈 음료병으로 늘어난 짐을 지고 도시를 전전했다. 한 곳에 머물러 생활하지 않는 여행자에게 꽤 번거로운 제도였다. 결국엔 빈병을 줍고 다니는 노숙자에 줘버렸다.

또 독일의 배달 용기는 국물이 새지 않게 용기 상단을 비닐로 접착하는 한국과 달리 뚜껑을 얹은 식이다. 음식을 포장했을 때 균형을 맞춰 잘 들고 가지 않으면 난처해질 수 있다. 모든 독일의 일회용 포장재가 그렇듯 종이백의 두께는 정말 얇고, 우려대로 쉽게 뜯어졌다. 플라스틱에 비닐 등이 접착제로 붙어 있으면 복합재질로 되어 재활용이 어려워진다.

우리에겐 생소하고 불편한 생활방식을 수용케하는 독일인들의 동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나 소매점의 참여가 다국적 기업들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란 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독일 스타벅스는 보증금을 받긴하지만 소매점에선 볼 수 없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아직 사용 중이다.

이는 독일의 친환경 소비행태가 강력한 국가통제로 유명한 독일의 관료주의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리유저블컵의 경우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시장의 친환경 생태계에 독일 정부가 뒤따라 움직인 형태다.

독일의 윤리소비는 시장의 판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 현지의 분석이다. 특히 경쟁적인 시장일수록 윤리소비를 하려는 독일인들의 소비성향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리컵(reCup-GmbH)은 경영학 전공 독일인 플로리안 파칼리(Florian Pachaly·왼쪽)와 지속가능경영을 공부한 스웨덴 출신 파비안 에커트(Fabian Eckert)가 2016년 뮌헨에서 진행한 일회용컵 줄이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립한 기업이다. /사진=리컵 홈페이지
독일의 리유저블컵 사업은 최근 5~6년 사이 급부상했다. 가장 선도적 기업인 리컵(Re-cup)은 뮌헨의 20대 두 명의 대학생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급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리컵 파트너는 2017년 500개에서 현재는 1만2600개에 달한다. 그 중에는 알리안츠, 이케아 독일 등 대기업과 독일의 유기능 슈퍼마켓체인 알나투라, 그리고 볼프스부르크(Wolfsburg)시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와 규모가 다양하다.

한국에도 프라이부르크컵으로 잘 알려진 시티컵(City Cup)은 민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지난해 운영을 중단했다. 리컵 외에도 다양한 리유저블컵과 용기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는 자체 브랜드의 리유저블컵을 포장재법에 맞춰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독일은 자체 플라스틱 포장재법 개정으로 인해 내년부터 케이터링, 배달 서비스 및 레스토랑은 재사용(리유저블) 포장재를 제공해야할 의무가 발생한다. 다만 5명 이하 기업과 사업장 규모 80㎡ 이하는 예외다. 이 법률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스타벅스 아이스 음료 플라스틱 컵도 ‘재사용 가능 포장재’ 제공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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