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탭스콧 "제도권 수용하면 가상화폐 버블 꺼져…미래엔 법정화폐와 공존"

`블록체인 대가` 돈 탭스콧 탭스콧그룹 CEO 인터뷰
"김치 프리미엄 자연히 축소…가격 급락땐 부작용 커"
"블록체인 활용 다양…과한 규제는 혁신가·투자자 내몰아"
  • 등록 2018-02-05 오전 3:00:00

    수정 2018-02-05 오전 3:00:00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블록체인에 관한 한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돈 탭스콧(사진) 탭스콧그룹 최고경영자(CEO)는 국내에서 한동안 뜨거웠던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Kimchi Premium·원화로 거래되는 가상화폐(암호화폐) 가격이 해외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형성되는 현상)`의 원인을 한국내 법규나 규제에서 찾았다. 자유로운 거래를 차단하다보니 가격이 왜곡되는 프리미엄이 생겨났다는 것. 이 때문에 그는 “가상화폐를 제도권 내로 끌어들여 합리적인 규제를 가하고 양도차익에 세금을 매기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김치 프리미엄도 줄어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탭스콧그룹을 세워 기업에 경영 컨설팅을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연구기관인 블록체인 리서치 연구소(BRI)를 맡고 있는 탭스콧 CEO는 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 내내 가상화폐에 대한 합리적 규제를 조언했고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저해하지 말아야 한다”며 블록체인 육성을 위한 진심어린 충고도 덧붙였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다양한 활용도와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고 가상화폐 역시 향후 일정 부분 화폐 역할을 맡으면서 기존 법정화폐와 대립하지 않고 함께 공존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다음은 탭스콧 CEO와의 인터뷰 내용.

-최근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2018’에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자리에서 블록체인과 디지털 경제에 대해 어떤 논의들이 오갔고 지난해와 비교해 분위기는 어땠나.

△WEF 멤버다보니 최근 3년 연속으로 행사에 참석했는데 올해 분위기가 단연 최고였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WEF를 ‘블록체인 다보스’라고 정의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해 참석자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 조사업체가 이번 WEF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를 집계해 봤는데, ‘블록체인’이 2위를 차지했다. 1위가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였으니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였는 지 두 말할 필요도 없겠다.

사실 불과 2~3년전 만해도 WEF에 참석한 전문가들 조차도 블록체인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에는 블록체인이 제법 다뤄지더니 올해에는 어디에서든 블록체인만 얘기하는 분위기였다. 절대적으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지금 전세계 모든 리더들은 블록체인에 대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내가 만든 BRI를 통해서도 엄청난 열기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다시피 한국에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에 열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가상화폐 투기에 대해 한국 정부관료들은 엄청난 우려를 갖고 있고 이 때문에 엄격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버블이라고 할 수 있나.

△한국내 투자 열풍에 대한 얘기를 접하다보니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의 미래를 신봉하는 내 입장에서도 한국 정부가 왜 그렇게 가상화폐 투기에 대해 우려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가상화폐에 투자하기 위해 빚까지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니 분명 문제라고 느껴진다. 다만 정부가 규제하고자 하는 의도는 알겠지만 얼마나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규제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한국은 디지털 분야에 일찌감치 눈을 떴고 국가 전체가 혁신 DNA를 갖추고 있는 만큼 블록체인 기술을 잘 활용해 이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기에 가장 좋은 여건들을 다 갖추고 있다. 앞으로 인터넷 다음 세대에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경제가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의 싹을 잘라버릴 정도로 가혹한 규제를 가해선 안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자동차가 처음 발명됐을 때 영국에서는 ‘붉은 깃발 법(Red Flag Law)’이라는 게 만들어졌다.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리 달리지 못하도록 속도를 규제했고 자동차를 운전할 때 반드시 3명의 운전사를 태워 그 중 한 명이 낮에는 붉은 깃발을, 밤에는 붉은 등을 들어 행인들에게 자동차가 온다는 걸 알리도록 했다. 이는 혁신을 가로막고 현 상태를 고수하고자 하는 그릇된 정부 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영국 자동차산업 발전은 더뎠고 결국 독일과 미국 등 다른 후발업체들에게 따라잡히고 말았다. 블록체인에서도 한국이 영국 자동차산업이 겪었던 암울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 투자 열기로 인해 원화로 거래되는 가상화폐에 웃돈이 붙는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게 존재했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글쎄. 정확한 한국내 상황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의 규제나 법규나 지나치게 까다로운데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거래를 차단하다보면 다른 형태의 프리미엄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김치 프리미엄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한국 정부가 뒤늦게 규제에 뛰어들었지만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들이 그 시장에서 발을 뺐는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원화 거래에서 가상화폐 가격이 훨씬 더 높다는 건 충분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나 그렇게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해서 규제를 통해 가파르게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시장에 매우 해로운 일이며 부작용도 크다. 가상화폐를 제도권 내로 끌어들여 합리적인 규제를 가하고 양도차익에 세금을 매기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김치 프리미엄도 줄어들 것으로 믿는다.

-현재 한국 정부는 가상화폐 투기에 대해 철저하게 규제하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별개로 지원하고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따로 떼놓고 볼 수 있는 것인가. 이런 투트랙 전략이 성공할 것으로 보는가.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가치나 잠재력을 인정하게 됐다는 것 자체로 반가운 일이긴 하다. 블록체인이 가상화폐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긴 해도 가상화폐가 아닌 영역에서도 충분히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가상화폐에 대해 지금처럼 강하게 규제할 경우 분명 블록체인을 연구하고 육성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건 우려스럽다. 모든 기술분야도 그렇지만 블록체인에서도 과도한 규제는 이 시장과 산업으로 유입돼야할 혁신가들과 투자자들을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가상화폐가 화폐인가를 두고 논란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가상화폐가 기존 법정화폐 역할을 일정 부분 대체할 순 있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법정화폐를 완전히 밀어내진 않을 것으로 본다. 둘이 공존할 것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공존할 것으로 본다면 가상화폐의 역할을 어떤 것일까.

△가상화폐와 법정화폐가 공존할 것이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 역시 가상화폐의 등장으로 법정화폐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가상화폐가 아무리 번성한다해도 글로벌 경제에서 법정화폐는 여전히 설 땅이 있고 담당할 몫이 있을 것이다. 이미 일본이나 러시아, 영국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긴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독자적인 디지털 화폐를 찍어내기 위한 검토나 실험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상당부분 검토가 진척된 나라도 있는 것으로 안다. 머지 않아 각국 중앙은행들이 자체 디지털 화폐를 가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법정화폐는 거래가 어디서 일어나는지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 하에서의 가상화폐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거래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가상화폐는 혁명적이며 앞으로는 특정 영역에서 일어나는 각종 상거래에 기준이 되는 화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끝으로 올 한 해 가상화폐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는가. 또한 블록체인은 어떤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가.

△연초에 참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올해 연중 내내 더 많은 거래소들이 해킹 당하고, 더 많은 국가가 가상화폐 규제를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가상화폐 가격은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본다. 다만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매우 탄력적인 기술이다. 단기적으로 규제가 있더라도 결국은 전세계에서 주류로 채택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은행들과 기업들도 이제는 이 기술이 반짝한 뒤 사라지지 않고 계속 발전하고 유지될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실제로도 많은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의 폭발적 성장이 자신들의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우리 BRI를 통해서도 블록체인과 그로부터 사업이 받는 영향을 이해하고자 문의해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본다.

비단 가상화폐 뿐만 아니라 유통업체들의 공급망 관리, 환자 의료정보 관리와 원격 진료, 심지어 투표까지 그 활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이같은 응용이 언제쯤 현실화하느냐는 결국 블록체인 생태계가 얼마나 빠르게 형성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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