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兆 시장 선점 나서는 폐기물 DX 1세대들의 막전막후[플라스틱 넷제로]

[인터뷰]디지털 불모지 폐기물 분야에 뛰어든 창업가들
폐기물계 카카오택시를 꿈꾸는 그들
폐기물 통계만 제대로 구축해도 돈이 된다
  • 등록 2023-04-30 오전 9:00:00

    수정 2023-04-30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우리 연구에 의하면 폐기물(Waste)을 경제적 부(Wealth)로 바꾼다면 2030년까지 그 보상은 4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드러났다.”(글로벌 컨설팅사 액센츄어)

순환경제는 탄소중립을 위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돈벌이 수단으로도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렇게 쓰레기에서 금맥을 발견하게 한 주요 시대적 배경을 꼽는다면 단연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다.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를 연계하려면 1차 관문인 폐기물의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이란 과제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데일리는 지난 25일 한화 환산 약 6000조원에 달하는 돈맥의 문턱에서 일찌감치 자리를 튼 우리나라 순환경제 1세대 창업가들을 모아 서울시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이데일리 본사에서 좌담회를 열고, 폐기물 시장의 성장성과 과제를 중심으로 세 시간여에 걸쳐 난상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황윤익 VUS 대표, 김무섭 에코비트 DI팀장, 고재성 같다 대표, 김근호 리코 대표가 서울시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이데일리 본사에서 지난 2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호 대표는 화상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다.
“(아무런 생산 행위를 하지 않고) 수집 기사님들의 수첩에 적힌 내용을 디지털 정보로 전환하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

마치 조선의 ‘봉이 김선달’ 같은 이야기를 펼쳐 놓은 이는 바로 고재성 같다(환경자원 데이터 플랫폼 브랜드 ‘빼기’ 운영) 대표이사다. ‘빼기’는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신청하기만 하면 버리기 어려운 대형 폐기물을 집까지 찾아가 최종처리 해주는 B2C 서비스로 잘 알려져있다. 버리는 과정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빼기의 비즈니스 모델이 집중하는 분야는 그러나 B2C보다는 B2B에 더 초점이 맞춰있다.

고 대표는 “기타간접배출(Scope3)에 대한 기업들의 측정 요구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폐기물 데이터를 배출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12가지 카테고리 가운데 폐기물은 거의 바닥에 가까운데, 이는 실제 배출량을 측정하지 못한데서 기인한단 것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스코프3의 카테고리별 배출량을 보면 사업장 폐기물 온실가스 배출량은 1만t으로 다른 부문에 비해 극도로 적다. 배출량만 제대로 집계된다면 재활용 실적에서 발생하는 감축실적을 훨씬 더 많이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빼기는 현재 50여곳 지자체와도 협약을 맺고 있다. 고 대표는 “지자체가 가장 가려워하는 곳은 놀랍게도 폐기물 운송의 효율성이 아니라 데이터가 없는 것”이라며 “일부 지자체는 빼기가 제공하는 폐기물 데이터를 통해 탄소배출실적을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제공=주식회사 ‘같다’
그러나 이렇게 간단한 돈벌이 수단이 그 어떤 산업보다 더딘 속도로 발전한 데는 그만한 이유도 무시 못한다. 영세사업자로 구성된 폐기물 시장은 ‘파편화’된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수집운반업체는 약 5200여곳에 달한다. 어디에 어떤 폐기물이 나오고 어느 최종처리업자로 보낼지를 결정할 주요 정보는 맡은 구역을 반복해 돌아다니며 수거·운반하는 기사들의 빼곡한 노트에 적혀 있다. 이 수첩은 이들의 영업 노하우이자 교섭력(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을 행사할 주요 자산이다. 폐기물 물류 시장의 참여자 특성상 디지털 전환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는 말이다.

국내 1위 환경기업 에코비트에서 디지털 이노베이션(DI)팀을 이끌고 있는 김무섭 팀장은 이 헤묵은 과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수거 차량의 동선만 효율화해도 비용감축이 가능하단 점에서 쉽게 포기하기 힘든 영역이다. 김 팀장은 “의료폐기물은 15일내에 한 번씩 반드시 수거해야하는데, 수거 기사들의 수첩과 기억력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디지털화가 해소 가능하다”며 “어디에 폐기물이 많은지부터 유휴 차량의 관리, 동선의 최적화, 수거 일정 관리 등 단순한 전산화만으로 운영효율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폐기물의 DX는 수거기사와 계약관계에 있는 수거·운반업체 모두가 윈윈(Win-Win)할 모델이 될 있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 기반 수요응답형 교통(DRT·Demand Responsive Transit)을 개발하는 황윤익 브이유에스(VUS) 대표가 폐기물에 뛰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VUS의 기술을 수요응답형 폐기물 수거 물류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카카오택시가 고객과 택시기사를 연결하는 카카오T를 만들었듯, 폐기물 수거기사를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황 대표는 쏘카 사업개발본부를 거쳐 카카오의 카카오택시팀을 이끈 바 있다.

그는 택시와 폐기물 산업이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고 진단했다. 황 대표는 “카카오택시가 우버와 달리 택시 기사들의 호응을 얻었던 건 그들이 필요한 솔루션을 카카오가 제시해줬기 때문”이라며 “손님이 있는 곳으로 카카오택시가 데려다줬듯 폐기물 물류에도 이들의 결핍점(pain point)을 해결할 솔루션 제시가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택시 사업자들보다 훨씬 파편화되어있어 이를 통합하는 건 더 도전적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비용 효율화를 통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이들이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장은 원자재 시장이다. 정말 쓰레기에서 경제적 부가가치(이윤)를 창출시키는 일이다. 폐기물을 원자재로 만드는 데 굴지의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배출자와 수요자를 ‘매칭’시켜주는 뒷단에 이들이 위치하는 것이다.

폐기물 수거 비즈니스에 ‘업박스(UpBox)’라는 브랜드를 입힌 ‘리코’는 폐기물 수집부터 자원화 전 과정에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자원화 흐름을 관리하고 있다. 한 사업장에서 폐기물을 배출하려면 수 십개 폐기물 업체를 따로 관리해야한다면 업박스는 턴키(일괄입찰)로 모든 폐기물을 처리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모든 과정의 데이터를 관리해준다는 점에서 3000여 고객의 가려운 부분을 싹 긁어준다.

실제 업박스로 수거한 모든 음식물을 퇴비, 사료, 바이오 가스 등으로 재활용, 한 식품 공장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총 770t을 처리업체로 전달해 퇴비로 자원화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 중 약 168t은 대기업이 수매해 식자재를 농장에 공급한다.

김근호 리코 대표는 “고객사 규모가 커질수록 폐기물 물류 시스템과 폐기물 데이터의 디지털화는 필수”라며 “폐기물 사업은 마진이 확실한 만큼 이 시장의 잠재력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허가 등 폐기물 관련 각종 규제나 폐기물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쉽게 뛰어들었다간 난관도 많을 수 있다는 경험에서 나온 조언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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