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연차수당보다 휴가"…금융권에 부는 ‘워라밸’ 바람

  • 등록 2017-06-11 오전 6:00:00

    수정 2017-06-11 오후 4:13:58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A보험사의 홍보팀장은 홍보실 발령 이후 5년간 한번도 장기휴가를 쓴 적이 없었다. 인력도 많지 않은데다 언제 이슈가 터질지 몰라 휴가 낼 엄두를 못내다 회사가 강제로 장기휴가를 쓰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9일간 장기휴가를 쓰고 쉴 수 있었다.

고객 응대 등으로 일주일 이상 장기휴가를 쓰기 힘든 금융권에도 연월차제도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위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워라밸)’를 중시하는 풍토가 자리잡고 있고, 금융권 기업들도 직원들의 ‘쉴 권리’를 위해 휴가를 장려하고 있다. 정부가 연차유급휴가 의무 사용 및 연속 사용을 위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장기휴가제도를 도입하는 곳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B손해보험은 6~9월 사이에 연차 이외에 추가로 5일간의 휴가를 지원하는 ‘체력단련휴가’ 이외에 3~5일 장기 휴가를 지원하는 ‘리프레시(Refresh) 휴가’ 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한다. 또 여름 성수기 기존 운영 휴양소 외 하계휴양소를 임차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제도도 신설했다. 동부화재는 입사 이후 3·6·9년이 된 직원들에게 5일간 휴일을 의무적으로 쓰도록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손해보험사 특성상 보상업무 등 현장영업이 많은 직원들이 장기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3년전 휴가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문재인 정부들어 연차를 붙여쓰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만큼 연차제도를 손봐 7월부터 장기휴가를 장려하는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현대해상은 지난 2015년 2월부터 상하반기 한번씩 일주일 휴가를 내도록해 9일간 쉴 수 있는 ‘휴(休)9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별도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삼성화재 역시 휴가비 지원, 연차 사용독려 캠페인이나 이벤트 진행 등을 통해 연차 사용을 장려하면서 장기휴가를 떠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현장 업무가 많지 않은 생명보험사들 역시 장기휴가 장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생명은 연중휴가 중 2번은 일주일 단위 이상 쓸 수 있는 ‘플러스위크’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연초부터 부서원간 휴가 계획을 공유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교보생명은 형식적으로 입력하고 실제 사용하지 못하는 연차 연간 사용계획서를 실효성 있는 제도로 운영하기 위해 연초에 입력한 연차 사용일이 다가오면 휴가 당일 업무 시스템을 자동적으로 막아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연차일수 의무 사용 비율을 일부 영업직을 제외하고 50%에서 75%로 높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연차수당을 받기보다 쉬려는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장기휴가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아직도 직원들이 눈치를 보고 장기휴가를 쓰지 못하는 보험사들도 많아 제도정착을 위한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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