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의 연구자, 나라를 위해 필요한 것은 대통령 앞에서도 당당하게 의견을 제시한 소신파 장관으로 기억되는 그를 후학들과 언론인, 주변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로 꼽고 정부가 과학기술유공자의 명예를 헌정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고인의 이름을 언급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국가와 사회가 과학을 대하는 태도와 시각에 대한 그의 외침을 알리기 위함이다. 회고록(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과 각종 기록에 따르면 그는 “과학을 이해하고 기술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며 “과학기술 행정은 언제나 연구자들을 위한 조정과 지원이 원칙”이라는 생각을 누차 강조했다. 연구자로서 후배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유훈에서 당부했다면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지켜야 할 도리에도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고 볼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시찰단의 활동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지를 방문하고 돌아온 시찰단이 기자 회견을 갖고 “주요 설비가 정상대로 설치돼 있음을 확인했다”는 등의 결과를 설명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기만”이라며 국회 차원의 청문회와 국제해양법 재판소 제소를 으름장놓고 있어서다. 출발 전부터 “일본에 들러리서는 격”이라면서 시찰단의 의미를 뭉갠 ‘마이웨이’식 주장이 한 치도 바뀌지 않았다. 뭐라고 하든 시찰단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애국자 코스프레는 정치인들의 특기다. 그러나 애국심은 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자들의 가슴속 애국심이 더 뜨겁고 진실될 수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어민들 다 죽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어민 단체인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는 최근 “우리 바다와 수산물을 진짜 오염시키는 장본인은 왜곡된 정보로 국민을 선동하는 정치인, 언론, 가짜 전문가들”이라고 직격했다. 과학을 우롱하고 불안 장사에 앞장섰던 정치인들은 반성하고 사죄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