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채용제한'…일자리 뺏는 일자리대책 되나

[文일자리로드맵]기간제한→사용사유제한…고용감소 우려
정부가 합리적 사유로 판단 어려워…노사 합의해야
경영계는 회사 인력운영 저해 걱정..노동계는 반색
정부, 동일노동-동일임금 체계 확립 추진
근로시간 단축 및 최저임금 1만원 달성방안 마련
  • 등록 2017-10-19 오전 5:00:00

    수정 2017-10-19 오전 5:00:00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일자리위원회 제3차 회의’가 열린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회의 시작 전 일자리위원회 민간위원, 입주기업 대표 등 참석자들과 스탠딩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태진 이재 기자] 문재인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방안 중 하나로 ‘비정규직 사용 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을 현행 기한제한(최대 2년) 방식에서 사용사유제한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면 비정규직 남용이 줄고 정규직 전환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기간제법이 사용사유제한 방식으로 바뀌면 고용이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 기간제 근로자 중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그쳐 새로운 일자리 창출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사업주 입장에선 정규직 채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우려해 아웃소싱을 늘리거나 아예 신규채용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일자리 정책 역행”

전문가들은 정규직 채용을 법으로 명시해 놓는 것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최악의 일자리정책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용사유를 법으로 명시하는 것은 시장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면서 “이는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방해하고 경제성장을 막는 악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합리적인 사유로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한다고 하는데 합리성을 누가 판단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경제적 관점에서 합리성은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정하고 사회적인 이익에도 부합해야 한다. 노사간 합의로 정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면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에 역행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비정규직 채용을 중단한다고 해서 정규직으로 그 자리를 모두 채울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인건비 부담이 큰 중소기업은 채용을 더 줄일 수도 있다”면서 “비정규직 수를 줄이자는 목표에 급급한 나머지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 또 다른 정책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현행 기간제한을 유지하는 방식의 ‘투 트랙’ 정책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 교수는 “대기업은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채용할 지급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며 “이번 정책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육아휴직 대체 및 일이 몰릴 때에만 기간제 허용

정부가 기간제법을 개정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사업주들이 비정규직 채용 2년 후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한 조항을 피하기 위해 2년마다 해고와 재고용을 반복하는가 하면 쪼개기 계약으로 정규직 전환의무를 회피하고 있어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상시·지속적인 업무의 경우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되 대신 법령에서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열거할 계획이다. 예컨대 정규직이 육아 및 출산휴직을 해 보충 인력이 필요할 때, 특정기업에 일이 일이 한시적으로 몰려 인력수요가 늘 때,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자리를 대체할 때가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내년 상반기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국내 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후 업계와 논의를 거쳐 내년 연말까지 기간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기간제사용 사유를 제한한 프랑스 법률 등 해외사례도 참고할 예정이다. 프랑스는업무량의 일시적 증가 등 사유에 따라 기간제 사용을 허용하되 기한을 9개월로 제한하고 있다.

정부, 동일노동·동일임금 확립…근로시간도 단축

정부는 차별 없는 일터 조성을 위해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을 확립하고 공정임금 체계도 확립할 계획이다. 원·하청 노동자 격차 완화 및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법적 보호방안도 내년 중에 마련한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 과로사회 해소도 포함시켰다. 지난해 연간 평균근로시간 2052시간을 2022년까지 1890시간으로 단축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휴일을 포함한 근로시간을 기존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연장근로 한도가 없는 26개 특례업종을 10개로 줄이기로 했다. 10개 직종은 육상·수상·항공 등 3대 운송업과 보건업, 방송업,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이다.

이호승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은 “특례업종에 대해서도 근로시간을 주 60시간으로 상한을 두고 연속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 과로사회를 탈피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위한 대책마련도 추진한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소상공인 고용이 위축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3년간 7조 3462억원을 투입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내년부터 지원한다. 내년에만 2조 9708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고용연장지원금도 분기당 지원금액을 올해 18만원 수준에서 2020년까지 2020만원 수준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와 근로감독도 강화한다. 정부는 상습체불 사업주에게 체불금 외에도 체불금액의 3배 이내의 징벌적 배상을 하도록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현행 퇴직·실직자만 받을 수 있는 미지급 임금 지연이자를 재직자에게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청년과 여성, 신중년 등 취업소외계층에는 취업시 보상과 직무 숙련도, 구직정보 등의 미스매치 요인을 없애고 특성에 맞는 맞춤형 일자리를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청년을 고용한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추가고용 장려금을 올해 3000명에서 내년 2만 2000명 등 5년간 15만명까지 늘린다. 내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공공기관의 청년고용 의무비율도 3%에서 5%로 한시적으로 높인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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