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최한나기자] 아침 저녁으로 코끝을 스치는 바람엔 제법 쌀쌀함이 묻어난다. 지난해 가을의 옛 기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 넉넉함에 말조차 살찐다는 계절이 돌아왔지만 움츠릴 줄 모르는듯 치솟는 물가,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힘겨루기는 서민들 생활을 여전히 팍팍하게만 한다.
그렇지만 하루가 다르게 영글어가는 벼이삭에서 조심스레 희망을 꺼집어낸다. 더이상 태풍만 없다면, 한가위 차례상에 가을걷이한 풍성한 햇과일과 햇곡식을 올려놓고, 조상에 감사하며 미래와 희망을 기원할 터이다.
정책의 가을걷이는 아직 멀었다. 경기부양책은 이제막 시작됐고 카드 수수료분쟁사태 등 갈등은 한창이다.
이번주에도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해볼 수 있는 각종 지표들이 쏟아져 나온다. 정부는 재정·금융·통화 등 동원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모두 빼들고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실상을 반영하는 각종 지표들이 이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등 선행지수들중에 미약하나마 변화가 감지되기도 한다.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번달에도 금리결정을 놓고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직전 회의에서 전격 콜금리를 인하했지만 부작용이라는 음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의 금감위 제재도 이번주 마무리된다. 이미 결론은 김행장의 연임불가쪽으로 급격히 기울어 있지만 국민은행, 김행장의 반발이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주목된다.
범양상선과 LG증권 매각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도 적지 않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살림살이.. 한은 금리정책 `주목`
주부들 사이에서 장보러 가기 무섭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지난 1일 발표된 소비자물가는 3년만에 최고치인 4.8%까지 치솟았다. 7월에 이어 두달째 4%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리정책 방향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갖는다. 경기부양을 위해 콜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인지 아니면 물가급등에 대응해 금리를 인상하거나 동결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달 12일 경기부양을 이유로 연 3.75%였던 콜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바 있다. 당시 박승 한은 총재는 "앞으로 유가가 계속 오르지 않는 한 물가에는 큰 걱정이 없으므로 물가보다 경기회복이 더 급하다는 판단에서 콜금리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리인하 조치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이후 물가는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또 은행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리면서 이상 과열 현상을 빚고 있고 시중은행은 대출금리 인하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어, 콜금리 인하가 경기부양 효과는 없이 부작용만 낳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비난 가운데 한국은행이 콜금리 추가 인하라는 경기부양 기조를 이어갈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또는 동결로 한발 물러설지 지켜볼 일이다.
◇각종 경제지표, `회색빛` 일색
콜금리 인하와 확대재정, 감세정책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선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주 나올 각종 경제지표들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에는 8월중 생산자물가 동향과 7월 서비스업활동 동향이 발표된다. 8일과 9일에는 각각 8월중 금융시장 동향과 8월 소비자 전망조사 결과가 나온다.
생산자물가는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이상으로 높이 뛰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7월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인 전년 동기 대비 7% 상승을 기록했다. 8월에는 농·축·수산물값 앙등과 원유가 상승, 에틸렌과 석유화학 제품가 등의 인상으로 7월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서비스업활동은 전월보다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소비자 전망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 경제의 수장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 부총리는 이번주 잇따라 외부 강연에 나선다.
8일에는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열리는 조찬에 참석, `최근 금융산업 현안과 향후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11일 오전에는 한국CEO포럼에 참석해 `최근 경제동향과 향후 정책대응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감세정책 발표후 발언권이 약화되고,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여당에 넘겨줬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 이 부총리가 경제 현안들에 대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정태 행장 중징계 여부 최종 확정..대응 주목
국민은행의 5500억원대 회계위반으로 촉발된 김정태 행장의 중징계 논란이 오는 10일 일단락된다.
금융감독당국은 9일 제재심의위원회에 이어 10일 금융감독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김 행장에 대한 징계수위를 최종 확정한다.
감독규정상 김 행장의 과실은 `중징계3`에 해당하는 만큼 `문책적경고`를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렇게 되면 10월말 연기 만료되는 김행장의 연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문책적 경고` 이상을 받으면 향후 3년동안 금융기관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회계위반에 대해 "해석의 차이이지 기준 자체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발하고 있는 국민은행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국민은행은 김행장의 중징계에 대비해 재심 청구나 효력정지 가처분 등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범양상선 우선협상자 선정..LG증권 매각여부 윤곽
범양상선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가 이번주중 선정된다. 범양상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최종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국내외 7곳에 대한 검토작업을 마무리하고 빠르면 7일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기업은 대한해운, 장금상선 등 국내 해운업체 2곳을 비롯해 동국제강, 금호산업, E1(옛 LG칼텍스), STX 등 국내 비해운업체 4곳, 이스라엘의 조디악 등 모두 7곳이다.
산업은행은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결렬에 대비하기 위해 예비협상대상자도 선정하고, 빠르면 내달 중순 매각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범양상선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51%의 지분을 인수할 경우,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범양상선 노조가 구조조정을 우려해 같은 해운업체로의 매각을 강력 반발하고 있어 동국제강과 E1 등 비해운업체들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범양상선 주요주주는 산업은행(64.45%), 외환은행(10.42%), 우리은행(6.32%), 조흥은행( 3.55%) 등으로 채권단이 99.64%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LG증권 인수 여부도 이번주중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우리금융이 지난달 20일 최종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이후 3주 일정으로 가격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상 마감일은 오는 10일이다.
산은 관계자는 "가격과 조건에서 아직 절충해야 하는 과제들이 남아있지만 차츰 의견이 좁혀지고 있다"며 "예정된 가격협상 종료일을 연기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매각대상 주식은 구본무 회장 등 LG그룹 대주주 지분 4.4%(537만1000주)와 LG그룹 계열사 지분 16.8%(2050만6000주) 등 21.2%.
◇카드 수수료 사태.. 언제까지 계속되나
비씨카드와의 가맹점 계약을 전부 해지한 이마트가 KB와 LG카드는 받기로 결정하면서 추석을 앞두고 우려됐던 `카드대란`의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마트가 KB와 LG카드에 대해서 추후 인상된 수수료 만큼 소송을 통해 반환받고, 비씨카드는 여전히 받지 않기로 하는 등 논란거리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또 수수료 인상에 대한 양측간 입장차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아 완전한 타결책이 나올 때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