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노동개혁…“주69시간제 발표 성급, 법치주의 집중해야”

정부 근로시간 제도개편 방안 발표에 전문가들 ‘쓴소리’
“성과 내기 어려운 입법화 급급…개혁 필요성 공론화해야”
“법치주의 강조로 성과 계속 내야…국민 지지 반드시 필요”
“대통령이 책임 감당하는 방식 불가피…숙의민주주의모델도 검토”
  • 등록 2023-03-16 오전 6:00:00

    수정 2023-03-16 오전 6:00: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주52시간제 유연화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면서, 속도를 내던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도 휘청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개편 방안 발표가 성급했다며 여소야대 국회에서 제약이 있는 법제도 개선보다는 노사 법치주의 등에 집중해 개혁 성과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69시간제 발표 성급…노사 법치주의 집중해야”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일자리연대 주최로 열린 ‘노동개혁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정책 토론회에서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법제화 발표가 성급한 측면이 있다”며 “노동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일자리연대가 주최한 ‘노동개혁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말하고 있다.(사진=최정훈 기자)
앞서 고용부는 지난 6일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을 발표했다. 11시간 연속휴식권 보장 시 1주 최대 69시간, 휴식권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최대 64시간을 근무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일이 많을 때 일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하고, 일이 적을 때는 푹 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지만, 과로와 장시간 노동을 조장할 것이라며 비판이 잇따르자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의견을 수렴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노동개혁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국민적 지지 확보’를 꼽았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시간 제도 개선에 대한 입법예고를 했다가 다시 공론화 절차를 거치게 됐는데, 이를 통해 공론화가 충분하지 않으면 개혁이 나아가기 어렵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며 “전문가들이 개혁 과제를 짜는 것보다 국민이 얼마나 공감하는지 봐가면서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개혁은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만큼만 추진할 수 있다”며 “성공을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을 끌어와 노동개혁 과제를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공론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의 법 개정보다 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법 개정까지 가지 않더라도,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을 만드는 게 일차적인 과제”라며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방향이 근로자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유연화하는 방향이라면 뚝심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용부가 입법예고를 통해 결론을 내놓으니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조용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만 나오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일자리연대가 주최한 ‘노동개혁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말하고 있다.(사진=최정훈 기자)
공론화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사노위가 아닌 새로운 노사 협의의 틀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경사노위는 노사정이 직접 협상을 해야 하는 구조라 노동계가 빠지면 협의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노동개혁 공론화를 위해 노사정이 공정하고 균형감 있는 대화 테이블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입법을 통한 노동개혁은 현재의 정치와 노사관계 환경에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면서 “법치주의 노사관계 개혁과제는 정부가 엄정한 법 집행으로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 노조 회계 투명성 등에 대한 지지여론이 높은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노동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책임 감당하는 방식 불가피…숙의민주주의모델도 검토”

이날 토론회에선 이번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고용부 고용정책실장 출신인 임무송 인하대 초빙교수는 “윤 대통령이 제시한 개혁방향과 내각이 내세우는 과혁과제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체계적인 비전과 전략 없이 임기응변적으로 추진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개혁 추진 전략에 대해선 “사회적 대화를 존중하되 직접 당사자와 비조직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도 반영하면서, 국민 여론의 지지를 발판으로 대통령이 주도하고 정치적 책임을 감당하는 방식이 불가피하다”며 “정부는 개혁 필요성 공론화에 주력하고 갸혁안 공론화는 전문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국민참여형 숙의민주주의 모델을 활용한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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