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검사 출신 전문위원 임명, 국민연금 독립성은?

野 "전문성 없는 검찰 출신" VS 복지부 "자격조건 갖춘 인물"
수탁자책임위, 정치적 독립성 지켜져야
  • 등록 2023-03-06 오전 6:00:00

    수정 2023-03-06 오전 6:00:00

한석훈 변호사(사진=법무법인 우리)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기점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2019년 기금운용위원회에 상근 전문위원이 신설됐다. 문제는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논란의 인물이 전문위원으로 임명됐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상근 전문위원 중 한명으로 한석훈 변호사를 임명했다. 3명의 상근위원은 임기 3년간 △수탁자책임위 △투자정책위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 위원장을 1년씩 돌아가면서 맡는다.

한 변호사는 부장검사 출신으로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판결은 무효라는 취지의 논문을 작성한 인물이다. 야당이 한 변호사의 임명을 맹비난하고 나선 배경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이 자리는 연기금 및 금융회계 전문가만 맡던 자리였는데 전문성 없는 검찰 출신이 꿰찼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도 곧바로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법상 자격조건을 갖춰 임명된 것”이라고 응수했다. 상근위원의 자격조건은 관련 하위 법령에 금융, 경제, 자산운용, 법률 또는 연금 제도 분야 업무에 5년 이상인 자로 규정하고 있다.

한 변호사의 전문성을 따진다면 그의 주요 업무 분야가 민사, 상사, 기업범죄나 증권집단소송이란 점에서 관련 법률 전문가로 분류될 법하다. 그러나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폭 사태로 대한민국의 공분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고, 검찰 출신 인력의 인사검증 신뢰성도 도마에 오르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의 야당에게 비판의 빌미를 제공할 이력을 가진 인물이 또 기용된 것이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했다.

1000조원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독립성은 여전한 과제다. KT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 과정에서 스튜어드십 적용을 압박하는 대통령의 발언도 논란이 되는 상황이다. 수탁자책임위원장에 오를 수 있는 인물은 이에 중립적 인사로 신중을 거듭해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향후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마다 정치적 맥락에 기반한 결정이 내려졌다는 소모적 비판의 빌미를 미리 던져준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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