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로 “네 탓이오”…법 시행 이면엔 책임자 없는 ‘행정구멍’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시행 대상 확대 초읽기
책임 소재 명확히 해 현장 혼란 줄여야
  • 등록 2025-01-10 오전 5:50:00

    수정 2025-01-10 오전 5:50:00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그건 저희 소관이 아니에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 관련 취재를 하면서 정부 부처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동법 시행령 개정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100인 미만 사업장에는 키오스크 신규 도입시 사회적 약자가 이용 가능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도입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기존 키오스크 사용업장도 전면 교체해야 한다. 사실상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매장에서는 전면적인 시행이지만 관계부처는 제도 시행에 따른 홍보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책임도 타 기관에 떠넘기고 있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곳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이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기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고시를 따른다.

문제는 사업장에 있는 키오스크가 과기정통부 고시에 따른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맞는지 판단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인권위는 본인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여부를 판단할 뿐, 키오스크 기계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키오스크가 과기정통부 고시를 충족하지 않아도 장애인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럴 거면 법은 왜 개정했고 관련부처는 왜 고시를 만들었는지 의문만 든다.

보건복지부와 과기정통부도 다르지 않았다. 각 부처 담당부서에서도 “저희 소관입니다”라는 말은 들을 수 없었다.

정부기관의 떠넘기는 듯한 태도보다 더 문제인 것은 이런 태도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법적 목적성이 불분명해질 뿐만 아니라 개정법 시행의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들의 혼란은 커지기만 해서다. 소상공인들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 의무를 모르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는 없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마련한 제도가 어설픈 준비로 또 다른 약자를 괴롭히는 건 아닌지 지금이라도 대책이 필요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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