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부전이란?
심부전은 ‘아닐 부(不)’, ‘온전할 전(全)’이라는 한자 그대로 혈액을 펌프질하는 심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질환이다. 국내 인구 약 2.6%가 심부전을 앓고 있으며, 특히 70대 이상부터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해 80세 이상에서는 5명 중 약 1명이 심부전 환자다. 심부전이 있으면 신체 조직으로 산소와 영양소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부전은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하며, 급성 심부전은 1주일 이내 갑자기 발생하고 만성 심부전은 심장 기능이 서서히 감소하여 발생한다. 대부분의 심부전은 만성에 해당한다.
◇ 심부전의 3대 원인
심부전의 첫 번째 원인은 ‘반복적인 심근경색’이다. 심근경색은 심장근육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발생한다. 여러 번 겪으면 심장근육이 손상되면서 심장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두 번째 원인은 심장 근육이 선천적으로 약한 ‘확장성 심근증’이다. 이 질환이 있으면 나이가 들면서 심장의 기능이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 세 번째 원인은 맥박이 갑자기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다. 특히 맥박이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빨라진 부정맥이 지속되면 심장이 지치면서 심부전이 유발될 수 있다.
그 외에도 고혈압, 판막질환, 과도한 음주 및 스트레스 등이 심부전을 유발할 수 있고, 항암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도 심부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증상과 진단 방법
심부전의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특히 누워있을 때 숨이 가빠지는 증상이 나타나며, 기침이 날 수도 있다. 상체를 세울수록 호흡이 편해지기 때문에 베개를 여러 개 겹쳐 베고 수면하는 환자도 있다. 또 다른 증상은 다리 부종이다. 심한 부종의 경우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데까지 1~2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심부전 환자 중 일부는 좌심실 구혈률 수치가 정상으로 나올 수 있어 다른 검사를 동반하기도 한다. 특히 심장이 늘어날 때 분비되는 나트륨이뇨펩타이드(BNP 또는 NT-BNP)의 혈중 농도가 심부전의 중증도, 재발 가능성 등을 판단하는 데 유용하여 널리 활용된다. 이 지표는 혈액 검사를 통해 측정 가능하며, 그 밖에도 혈액 검사는 빈혈, 신장 및 간 기능, 전해질 이상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된다. 심전도 검사는 심근경색, 부정맥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필요시 핵의학 검사, MRI, 혈관 조영술 등이 보조적으로 시행된다.
◇ 심부전 치료 방법
심부전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 치료다. 심장 근육의 수축력을 증진하고, 혈관을 확장해 순환을 돕는 약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생존과 치료에 중요하다. 심부전의 약물치료에는 주로 고혈압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처음 복용하는 사람은 혈압이 떨어지거나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증상에 적응하면서 약 복용을 지속하면 심부전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고, 특히 수축기 기능 저하로 인한 심부전은 3명 중 2명이 호전될 수 있다.
급성 심부전의 경우 응급실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고 같은 약제라도 정맥 제재로 치료한다. 만성 심부전의 경우 최근 들어 여러 치료 약제들이 개발되며 1990년대에는 35%에 달했던 2년 사망률이 최근 9% 이하의 한 자리수로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즉 주치의와 치료 방향을 상의하며 꾸준히 약물 치료를 받는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약물 치료에 효과가 없는 중증 심부전은 관상동맥 우회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실시하며, 일부 중증 환자들에게는 인공 심장 박동기를 이용해 심장 기능을 보조하는 심장 재동기화 치료(CRT)도 실시된다.
◇ 예방 및 관리법
심부전을 예방하기 위해선 과도한 음주, 스트레스, 맥박이 빨라지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또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물 복용을 철저히 지키면서 주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 건강검진에서는 심장 초음파와 혈액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심부전이 발생한 후에는 체내에 염분(나트륨)이 쌓이지 않도록 싱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숟가락을 쓰지 않고 젓가락으로 식사한다는 생각으로 국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몸에 들어가는 나트륨의 총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건강한 심장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선 금연, 금주도 필수적이다. 적절한 유산소 운동도 심장 기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운동은 근육량을 보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므로 심부전 환자의 장기 생존에 아주 중요하다. 다만 심장이 아주 빠르게 뛸 만큼 과도한 운동은 피해야 하며, 상태가 안정되면 점진적으로 운동량을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 최대 운동 능력의 70% 수준으로 등에 땀이 조금 나는 정도의 운동을 권장한다.
이해영 교수는 “심부전 환자의 10%가 1년 내 잘못될 수 있지만, 반대로 90%는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약을 잘 복용하고, 하루 염분 섭취량을 철저히 조절하며, 꾸준한 운동으로 심장을 단련하면 건강한 심장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또한 가족들도 환자를 위해 덜 짜게 먹는 식습관을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도록 도와준다면 심부전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