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5만t 배출 CJ제일제당 지속가능보고서의 헛점[플라스틱 넷제로]

컴퍼니 풋프린트④
연간 플라스틱 포장재 출고량 3만4804t CJ제일제당
재생원료 사용 비중 0.6%, 햇반 용기 회수목표 0.7%
  • 등록 2022-11-27 오전 9:00:00

    수정 2022-11-27 오전 10:24:35

‘플라스틱 넷제로(net-zero)’는 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을 모두 회수하고 처분해 자연환경으로 무단 유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로(0)’로 만들자는 목표를 갖고 시작했다. 이런 목적으로 정책·규제, 소비, 폐기물 처리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해 본 사람들이라면 결론은 제품을 제조해 판매 유통하는 기업의 의사결정과 태도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울러 이는 곧 기업들이 남긴 생태발자국(Footprint)의 자취의 크기라는 것을. 이에 기업의 풋프린트를 추적한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기업이 코카콜라라면 한국에서는 CJ제일제당이 단연 코카콜라 만큼의 존재감을 자랑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플라스틱 포장재를 배출하는 곳 중 하나인 CJ제일제당의 플라스틱 포장재 배출량은 코카콜라의 10% 수준에 달한다. 그러나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위해선 코카콜라의 10% 수준의 노력을 했을까. 국내 기업들의 정보공개 수준은 그린워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코카콜라의 풋프린트는 ③편에 소개된 바 있다)

사진=연합
폐기물 재활용률 95.3%?…사업장 폐기물 누가 궁금해한다고

CJ제일제당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폐기물 재활용률이 95.3%에 달한다. 재활용률은 굵은 폰트와 큰 크기로 마크되어 있다.

이는 마치 CJ제일제당이 생산하는 제품 대부분이 재활용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나, 이는 CJ제일제당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의미할 뿐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대부분은 소비 이후 발생한 포장재가 일으킨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신 플라스틱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의 3분의 2는 수명 5년 미만의 포장재(40%), 소비자 제품(12%), 섬유(11%)에서 발생한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2000년 1억5600만t에서 2019년 3억5300만t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 주요 원인이 바로 플라스틱 포장재라는 이야기다. 그린피스의 2021년 시민참여형 플라스틱 배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매일 먹고 마시는 식품 포장재가 전체 플라스틱 배출량의 78.1%로 압도적이었다.

이런 실정에서 대체 누가 기업의 사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그 재활용량을 궁금해한단 말인가. 사업장 폐기물이 기업의 폐기물 재활용 메인 지표로 다뤄지는 국가는 거의 없다. 폐기물 학계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폐기물 분류가 사업장, 생활계, 건설, 지정 폐기물로 나뉘는 것부터 개선해야 자원순환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1980년대 폐기물 처리 정책의 초기 정책 목표가 ‘안전한 처리’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발생자 중심의 폐기물 처리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닌 품목별 자원순환의 관점에서 폐기물 관리법이 도입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그러나 아직도 과거의 발생자 중심 폐기물 분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탓에 품목별 필요 정보가 생산·공개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CJ제일제당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췌
자율공시의 함정…그린워싱의 유혹

이제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어떻게 화려해지는지 보자. 95.3%의 재활용률을 크게 홍보한 것과 달리 정말 환경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중요한 정보는 ‘비율(%) 표기’를 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서다. 비율이란 많고 적은 것이 ‘얼마나’ 많고 적은 지를 가늠할 수 있는 정량 표기법 중 하나다. 수치마다 표기 방식을 달리하면서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재활용률 95.3% 다음으로 나오는 햇반과 스팸의 친환경 패키징 기술을 소개함으로써 CJ제일제당의 주요 자원순환 정책으로 꼽았다. 이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4년간의 연구를 통해 햇반 용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남은 플라스틱(스크랩)을 햇반 용기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열성형 소재 재활용 기술을 확대 적용해 연간 버진 플라스틱 ‘60t’을 절감했다. 또 스팸의 플라스틱 캡을 제거함으로써 ‘446t’도 절감했다고 한다. 나아가 이 같은 패키징 감축으로 CJ제일제당은 이제까지 총 ‘925t’의 플라스틱 원료를 저감했다고 밝히고 있다.

925t은 수치로만 보면 큰 숫자다. 그러나 얼마나 큰 수치인지 숫자의 의미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 925t은 CJ제일제당의 연간 플라스틱 포장재 발생량에 비하면 세발의 피다. 연간 출고량 3만4804t의 2.6%다.

이는 1년 동안 늘어난 양 1762t보다도 적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플라스틱 포장재 판매량을 전년(3만3042t) 대비 5.3% 늘었다. 1년 동안 늘어난 양보다도 적은 양을 감축한 것이다. ‘2687t 늘어날 것이 덜 늘어난’ 정도다.

이 중 몇 %가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인지도 알 수 없다. 연간 5억5000개가 판매되는 햇반 용기는 재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CJ제일제당의 대응은 수거 서비스 운영을 통해 재활용을 유도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2022년도 햇반 용기를 400만개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판매량의 0.7%다.

햇반 용기는 복합 플라스틱으로 별도 햇반 용기만 분리해 별도의 공정을 거쳐야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복합 재질이기 때문에 재활용 표기에 ‘OTHER(아더)’로 표시된다. 햇반 용기만 따로 일일이 분리해야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거치는 선별장이 거의 없다보니 사실상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이에 대형마트 등에 햇반 용기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고, CJ제일제당 자사몰 구매에 대한 무료 수거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같은 다양한 재활용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그 양은 이처럼 미미했다.

CJ제일제당의 재생 원료(PCR) 사용량 60만t은 또 어떤가. 이는 전체 플라스틱 포장재의 0.2%도 안되는 양이었다.

재활용률 95.3% 외에 여기에 언급된 비율(%)은 모두 회사 측에 요구해 받은 자료를 기반으로 계산한 것이다. 일반 소비자가 CJ제일제당의 자원순환경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린워싱이란.

상식사전은 그린워싱(Green Washing)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가리킨다. 예컨대 기업이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축소시키고 재활용 등의 일부 과정만을 부각시켜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린워싱에 대한 명확한 잣대나 기준은 사실 다소 모호하다. 법적으로 규제하기도 어렵다. 다만 기업은 경영활동에서 동반된 전 과정(Life cycle assessment)에 걸쳐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과정을 알리고, 환경을 중심에 놓고 오염을 줄여야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높은 수준의 친환경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그린워싱을 가짜정보로 넘어서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것까지도 포함하는 추세로 강화되고 있다. 몇 해 전 네슬레는 자사 커피 캡슐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소개했지만, 캠페인을 통해 재활용된 제품의 양과 규모를 밝히지 않아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캐나다의 친환경컨설팅기업인 테라 초이스(Terra Choice)가 제시한 기업들의 그린 워싱 판단 기준 7가지(상충효과 감추기, 증거불충분, 애매모호한 주장, 관련성 없는 주장, 거짓말, 유해상품 정당화, 부적절한 인증라벨) 중 첫 번째 상충효과 감추기에 해당한다. 상충효과 감추기란 친환경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나 인증 없이 친환경적인 몇 개의 속성에만 초점을 맞춰 홍보하는 것이다. 아울러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속성을 감추는 것도 포함된다. 좋은 것만 고르고 나쁜 것은 고르지 않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국제적 이니셔티브 감축 가능성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가입 계획은 없지만, 플라스틱 이슈는 단일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깊이 인식하고 있어 향후 당사도 적절한 이니셔티브에 참여해 공동의 노력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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