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부담 커도 제품값 못 올려”
환 리스크 헷지를 잘 해놓는 대기업들마저 요즘은 환율 폭등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달러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별 자산과 부채 규모를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환율 변동 여파를 최소화해 왔다. 그러나 환율이 급변할 경우 리스크가 커지는 점은 막기 어렵다. 특히 국내외에서 조달하는 원재료 규모가 연 100조원을 넘다 보니, 환율이 뛰면 원재료 부담은 고스란히 커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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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업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웨이퍼를 미국, 독일 등으로부터 사들인다. LG전자 역시 TV, 전장 등에 필요한 칩을 퀄컴, 미디어텍, NXP 등으로부터 조달한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내추럴 헤지’(철강 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외화로 유연탄과 철광석 등 주요 원재료를 사들이는 방식)를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생산 원재료를 전량 수입하다 보니 비용 부담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원재료 조달 비용이 올라도 업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제품값을 올리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27년만 신용등급 강등될라” 불안감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더 폭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473.5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1.00원)를 고려하면 전 거래일 서울외환시장 종가(1467.50원) 대비 7.00원 오른 셈이다.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가 추가 약세를 띨 수 있다는 의미다.
재계와 시장 일각에서는 한국 국가신용등급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에 강등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현재 S&P(AA), 피치(AA-), 무디스(Aa2) 등 3대 신용평가기관은 한국을 20위 안팎에 올려놓고 있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피치가 지난해 8월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떨어뜨렸을 정도로 예외는 없다”며 “‘설마’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