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1932년생 레고, 1959년생 바비. 사람 나이로 치면 레고 블록과 바비 인형은 올해로 각각 91세, 64세나 된다. 지긋한 나이에도 레고와 바비인형은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잘 만든 지식재산권(IP) 하나가 완구업체의 생존을 책임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 레고 라인업. (사진=레고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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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외신에 따르면 레고를 만드는 덴마크 완구업체 레고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646억크로네(약 12조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7% 증가했다. 바비 제작사인 미국 완구업체 마텔은 지난해 매출이 54억달러(약 7조1000억원)으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저출산과 스마트폰의 발달 등으로 전 세계 완구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레고와 마텔은 여전한 명성을 자랑한다. 레고 블록과 바비 인형이라는 ‘슈퍼 IP’를 확보한 게 주원인으로 꼽힌다. 하나의 IP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하는 ‘원소스 멀티 유즈’ 전략을 구사한 덕분이다. 레고와 바비는 시대 변화에 따라 진화한 신상품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다른 IP와 결합하는 시도도 주효했다. 레고는 해리포터, 스타워즈, 마블 시리즈 등 인기 영화 IP와 협업한 제품을 출시하며 ‘키덜트(어린이와 같은 취향을 가진 어른)’를 사로잡았다. 2020년부터는 성인들의 관심사인 명화, 예술, 자연 등 분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마텔은 명품 패션·뷰티 업체들과 협업해 바비 기획상품(MD)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지난 2019년엔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한 인형을 선보이며 큰 화제를 모았다. 바비 애니메이션도 다양하게 출시됐으며 오는 7월엔 실제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 ‘바비’ 개봉도 앞두고 있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텍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레고와 바비를 갖고 논 소비자들 사이에서 팬덤이 단단하게 구축돼 있다”며 “레고, 마텔은 이 팬덤이 꾸준히 완구를 소비할 수 있도록 당대 인기 IP와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다양한 인종, 체형의 바비 인형. (사진=마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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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국내 완구업체들이 레고와 마텔을 모범사례로 삼아 IP 개발, 확장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완구업체의 장수 비결은 결국 장수 IP를 만들고 활용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뽀로로나 핑크퐁 같은 국내 IP도 키덜트족을 공략한다면 장수 가능성이 있다”며 “뽀로로를 기반으로 잔망루피 열풍이 부는 것처럼 ‘스핀오프(Spin Off·원작을 바탕으로 새롭게 파생돼 나온 작품)’가 계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