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나라빚, 재정준칙 반드시 도입해야[현장에서]

발의 7개월째 국회 공회전…물밑과 달리 도돌이표 논란
김무성·송영길도 발의…세 정부 거쳐 나온 단골 주제
국가부채 급증에 고령화·저출산 이중고…필요성 증대
  • 등록 2023-03-16 오전 5:30:00

    수정 2023-03-16 오전 5:30:00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저희가 7개월 동안 만났던 사람들 중 재정준칙 법제화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재정준칙 도입에 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지난 14일 국가재정법 개정안 공청회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답답함을 호소했다. 법안 발의 후 7개월이 걸려서야 본격 협의 테이블에 올라갔는데, 그마저도 물밑 분위기와는 큰 온도차를 보이며 논란이 도돌이표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야당 의원들도 직접 만나면 재정준칙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당장 급한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하다 보니, 매번 여야 관계 등의 영향을 받는다”고 허탈해했다.

사실 재정준칙 도입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단계는 한참 전에 넘어섰다. 이미 10년 전부터 정부가 바뀔 때마다 나왔던 단골 주제였기 때문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는 김무성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입법화를 추진했다. 둘 다 국회에서 공회전하며 폐기되긴 했지만, 여야 모두가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점은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되풀이되는 논란에 명분이 떨어지는 이유다.

재정준칙이 국회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사이 국가부채는 급격히 늘어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지출이 급증하면서 지난 5년간 국가채무는 416조원이나 늘어난 상태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비상 사태를 감안해도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바뀔 정도로 카드를 남발했다는 게 재정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60년 우리나라 국가채무 비율이 15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공청회를 통해서 확인한 반대 논리에도 취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었다. 주로 나온 건 기준과 시점에 관한 지적이다. 수출과 소비가 모두 쪼그라들 정도로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이 시점에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 재정관리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 관리한다는 기준이 해외를 답습하는 수준이라는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 발의된 개정안에는 이를 보완할 만한 조항이 충분하다. 심각한 경제 위기가 찾아올 경우 추경 편성 기준과 동일한 수준에서 예외를 적용할 수 있게 했고, 5년마다 채무비율 한도를 재검토하도록 해 환경 변화와 동떨어진 경직적인 재정 운용을 막았기 때문이다. 제도가 실제 적용될 때 나타날 수 있는 한계에 대해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도 출산율 ‘세계 꼴찌’인 심각한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이다. 오죽했으면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은 채무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이며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정준칙이 반드시 국회에서 법제화돼야 한다”고 했을까. 야당의 명분없는 반대로 재정준칙 도입이 늦어질수록 미래 세대에 더 큰 짐을 지운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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