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대(對)중국 수출 부진 심화로 이달 1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벌써 200억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통상 전문가들은 지난 20년간 중국 특수에 기대 곁불을 쬐온 우리나라의 수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위적으로 무리하게 ‘탈(脫)중국’을 외칠 필요는 없지만, 차츰 의존도를 낮춰가며 다른 지역으로 수출 전선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을 필두로 인도, 중동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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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포스트 차이나’로 가장 많이 꼽는 국가는 베트남이다. 우리나라는 베트남과 수교한 1992년 3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후 줄곧 대 베트남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에는 대베트남 무역수지가 342억 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중국(12억달러)을 제치고 최대 무역흑자국에 올랐다. 베트남은 지난해 8%에 이어 올해도 6%대 성장이 예상돼 어려운 한국 경제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전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2010년만 해도 대베트남 수출의 70% 수준이던 중간재 비중이 80%대(2020년 기준)로 확대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 상승으로 인해 수출에 타격을 입은 우리나라는 베트남에서 수출 감소의 상당 부분을 완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박석재 우석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무역학회장)은 “베트남은 방탄소년단(BTS), 영화 ‘기생충’ 등 한류 인기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고,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유난히 높은 국가”라며, 소비재·콘텐츠 등 우리 강점을 활용한 수출 확대 전략을 주문했다.
인구 14억2800명(1월 기준)의 인도도 중국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중위 연령 28세의 젊은 노동인력, 34%에 불과한 낮은 도시화 비율 등은 인도가 가진 잠재력을 보여준다. 인도의 빈곤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김경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팀 부연구위원은 “대형 가전제품 등을 처음 구매하는 소비층의 확대와 함께 내구재 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자동차, 휴대전화, 의료기기에 대한 소비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인도 수출은 188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1%나 늘었지만, 대중국 수출액(1558억달러)과 비교하면 12%에 불과한 수준이다. 송백훈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은 “인구 대국이자 소비 대국으로 떠오르는 인도를 더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가 급등으로 축적한 ‘오일머니’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도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동은 석유 경제에서 벗어나 디지털 경제로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우리가 경쟁력 있는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의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원전, 방위산업 분야에서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