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침체, 충전소 부족 탓…업계, 정부에 '인프라 확대' 요구해야”

[만났습니다②] 다라 오루크 UC버클리대 교수
“밀집한 韓 주거환경, 충전 인프라 확보 어려워”
“인프라 확대·제조환경 탈탄소 한 목소리 내야“
“기술적 진보 이뤄져…전기차 가격 낮아지는 중”
“트럼프 당선돼도 세제 혜택 유지…규제 풀릴 것”
  • 등록 2024-08-05 오전 5:55:02

    수정 2024-08-05 오전 9:11:53

[이데일리 이다원 김경은 기자] 최근 국내 전기차 수요가 급감한 것을 놓고 ‘캐즘(Chasm)’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전기차가 대중화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이를 받아들이기까지 겪는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다라 오루크 UC버클리대 교수는 이에 대해 “잘못된 단어 선택”이라고 일갈했다. 오루크 교수는 1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현재 전기차 침체기의 원인을 “인프라 격차”에서 찾았다. 대중화에 앞서 충분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오래된 아파트에 100기의 급속 충전기를 단번에 설치하기 어려우니, 사람들이 충전소를 일부러 찾아가고, 대기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한국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이유를 이해한다”고 했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기업이 정부에 인프라 확대를 촉구하는 방법을 제안한 이유다.

오루크 교수는 “다른 나라의 경우 업계 전체가 함께 목소리를 내 재생에너지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었다”며 “전력망과 배터리 충전 인프라를 개선하자고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같은 ‘바텀업’ 방식은 제조 차원에서도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도 그는 덧붙였다.

다라 오루크(Dara O‘Rourke) UC버클리 교수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오루크 교수는 전기차 산업의 기술적 문제는 점차 해결되고 있다고 봤다. 전기차 가격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는 데다 효율은 높아지고 주행거리도 늘어나고 있다. 충전 인프라까지 늘어나면 연료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는 중국 BYD의 저가형 전기차가 전 세계에서 흥행하는 점을 언급, “전기차 가격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낮아지고 있다”며 “저가 전기차가 시장에 등장하면 시장·산업이 다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그간 전기차 가격이 높게 유지된 이유는 제조사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가 모델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게 오루크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에서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짜리 전기차는 많지만 3만달러(약 4200만원)짜리 전기차는 찾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 유류세 인하 등 연료 가격을 조정하는 점을 겨냥해 “내연기관 차량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루크 교수는 전기차 보조금에 대해선 “산업 성장에 매우 효과적인 도구”라고 했다. 관건은 지급 기준이다. 그는 “공평하고 신중하게 전기차 전환을 촉진하도록 보조금 구조를 짜야 한다”며 “기존 차의 전기차 버전을 만들도록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새 산업을 육성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탈탄소화하는 데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예로 들기도 했다.

오루크 교수는 11월5일 미국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전기차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 시에도 “정책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우나 확실한 것은 세금 혜택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다. 그는 “트럼프는 기후 변화를 믿지 않는다고 해도 세제 혜택은 믿고 있다”며 “기업 투자 유치 시 도움이 되는 세금 혜택은 유지하되, 탄소나 대기오염 규제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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