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선도 아래 몇 조원 내지 몇 십조원의 재정 투입이 필요한 입법을 동시다발로 추진하고 있다. 대중교통법·양곡관리법·기초연금법 개정안 등이 그것이다. 각각 대중교통 요금 환불, 과잉 생산된 쌀 매입, 기초연금 증액과 지급대상 확대가 골자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민생입법 과제’로 정해 밀어붙이고 있지만 나라 곳간을 무시한 거대 야당의 포퓰리즘 드라이브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물 타기’시도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중교통법 개정안은 전 국민이 올해 8~12월 5개월간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서 낸 요금의 절반을 돌려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버스나 지하철 탑승 수요 증가 효과까지 더해 최대 4조 6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지난 15일 국회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예상 수요량의 3% 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전년보다 5% 넘게 하락하면 정부가 과잉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이 확정되면 정부가 쌀을 매입하고 보관하는 데에만 매년 최소 1조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기초연금법 개정안은 재정 부담 측면에서 대중교통법 개정안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훨씬 능가한다. 법안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추가 소요되는 연간 예산은 2030년 12조 3000억원, 2040년 24조 3000억원, 2050년 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지급 대상을 65세 이상 노인 모두로 확대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이럴 경우 재정부담은 연간 수십조원 대로 늘어날 게 뻔하다.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는 대중적 지지율 관리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경제 질서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포퓰리즘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의석수를 앞세워 밀어붙이기만 할 일이 아니다. 민생 문제 해결에 필요한 모든 것을 국가 재정에 맡기는 무책임한 방식보다 경제 논리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정책 개발로 민주당은 눈을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