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작 ‘예뻤어’와 2019년 발표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돌아온 것은 록의 포효가 갖는 현실적 공감력이 쉬 휘발되는 디지털 시대에 ‘삶의 배경음악’으로 만들어준 덕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데이식스의 신곡들 ‘웰컴 투 더 쇼’, ‘해피’, ‘녹아내려요’가 일제히 음원차트 상위권을 유린했다. 팬들 사이에선 록의 승리라는 얘기가 돌았다. 역시 밴드 형식을 취한 디지털 프로젝트 걸그룹 큐더블유이알(QWER)이 거둔 ‘고민중독’과 ‘내 이름 맑음’의 이례적 성과 또한 부분적으로 밴드에 의한 록 터치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상위 걸그룹인 (여자)아이들의 신년 스매시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도 댄스 아닌 은은한 느낌의 록 혹은 밴드음악 요소를 차용했으며 일급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걸그룹 엔믹스의 ‘대시’도 힙합적 진행에 강력한 뉴 펑크를 더한 스타일이었다. 팝 댄스에 진심인 아이돌마저 록과 밴드를 기웃거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변화에 대한 필요 때문이다.
음악 인구의 ‘본연적 중립’ 경향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K팝이라는 일종의 독단에 직면해서 무조건 그것만을 챙기라는 위협적인 압박이 무의식중 가해지면 사람들은 쏠림을 피해 새로운 흐름에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이 꾀하는 방향은 당연히 K팝으로부터의 이탈과 탈주로 나타난다. 코로나19 직후 라이브 공연에 대한 수요는 가히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얼핏 청춘 지향에다 소란스러워 변방과 마니아 영역에서 숨 쉬는 록과 밴드 음악에 대한 지속적 갈구는 로큰롤 50년 역사를 통해 확립된 다채로운 실험과 장르 형식이 음악가들에게는 필수 노선을 제공해 온 데서 비롯한다. 또한 록을 향한 팬들의 함성은 어떤 음악보다도 가시적으로 나타나 분위기 일신에 특장인 것도 사실이다. 록 인구의 오랜 캐치프레이즈는 ‘록 네버 다이’지만 근래 록은 죽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도래를 향한 호흡은 힘차고 그 소생의 속도도 빠르다. 2025년 신년 국내 음악계의 화두는 ‘록의 재림’이다. 해가 갈수록 신선함이 떨어지고 심지어 위기설도 도는 K팝의 글로벌 장세 유지를 위해서도 록은 주류로 도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