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기상이변 등 예측불가능성이 커진 재난·재해를 대비하기 위해 예비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예비비가 당해 연도 내 사용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깜깜이 돈’이라는 점에서 원안대로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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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응에 대폭 증액…내년 다시 5조원대
13일 기획재정부의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예산은 656조9000억원으로 총지출 증가율은 재정 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래 20년 만에 최저치인 2.8%로 억눌렀다. 다만 예비비로 편성된 금액은 5조원으로 올해 4조6000억원 대비 8.7%(4000억원) 증액했다.
예비비는 예산 편성 당시 예측할 수 없는 재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돈으로, 미리 사용 목적이 지정된 목적예비비와 예산 총액의 1% 이내의 일반예비비로 구성된다.
내년도 예산안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구조조정 대상에 예비비가 포함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건전재정 기조를 천명한 만큼 코로나19 시기 급격히 늘어난 예비비도 손질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다시 5조원대를 회복했다.
정부는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빈번해진 재난·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예비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비비는 국회의 예산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행정부 내부 절차만을 통해 집행한 뒤 사후 승인을 받는 방식이라 긴급 대응에 우선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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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역은 ‘깜깜이’…국회 통제 한계에 난항 예상
정부는 헌법에 근거해 예비비사용총괄명세서를 차년도 결산과정에서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2023회계연도의 예비비 사용내역은 내년 5월 국회에 명세서가 제출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이처럼 행정부 재량이 큰 예비비에 대해 국회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우원식, 양경숙, 한병도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당해 예비비 사용명세서의 국회 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야당은 이번에도 ‘깜깜이 돈’으로 불리는 예비비 증액에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 5조2000억원의 예비비를 배정했지만, 야당 반대에 부딪혀 결국 6000억원 삭감한 4조6000억원을 편성했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불가피하게 예비비 규모가 커진 측면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규모 자체는 계속 줄여나가야 한다”면서 “현행 법령상 예비비 관련 자료의 국회 제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해석에 논란이 있는 만큼 관련 규정 정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