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잘 자요" 영아 엎어놓고 눌러 죽인 원장 [그해 오늘]

낮잠 자지 않는다고 이불로 덮고 14분간 압박
9개월 영아, 등원 일주일 만에 '질식사' 참변
법원 "과거 학대 신고에도 아동 함부로 다뤄와"
  • 등록 2024-11-22 오전 12:01:02

    수정 2024-11-22 오전 12:01:02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2023년 11월 22일. 생후 9개월 된 영아가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불로 덮은 뒤 14분간 압박해 숨지게 한 60대 어린이집 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학대로 사망한 천모군 영정사진. (사진=뉴시스)
피해 아동인 천모 군(베트남 국적)은 베트남 부부가 결혼 4년 만에 얻은 아이였다. 2022년 3월 태어난 천군은 어머니가 애지중지 돌봐왔지만, 아버지가 공장 일을 하다 허리를 다치게 됐다. 이에 어머니는 천군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로 했다.

그런데 2022년 11월 3일 첫 등원을 한 천군은 불과 일주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조사 결과 폐쇄회로(CC)TV에 찍힌 아들의 모습은 끔찍했다. 영상 속에서 어린이집 원장 A씨는 천군의 입과 코가 정면으로 베게에 파묻히도록 엎드리게 하고는 버둥거리는 아이를 자신의 몸으로 눌렀다. 이렇게 7분동안 아이를 누르고 있던 A씨는 아이가 버둥거림을 멈추고도 7분을 더 누르고 있다가 내려왔다.

A씨는 천군의 사망을 3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아챘다. 낮잠 시간이 지났는데도 천군이 일어나지 않자 A씨는 119에 신고를 하고 인공호흡을 시작했지만 이미 사후경직이 진행된 후였다. 천군은 압착성 질식과 코, 입 막힘 질식이 결합한 형태의 질식으로 사망하게 됐다.

천군의 사망 이전에도 A씨의 아동학대 행위가 있었다. A씨는 생후 10개월 된 B에게도 별다른 이유 없이 손으로 피해아동의 머리를 밀쳐 넘어뜨리거나, 태국 국적의 C군(2세)이 밥을 바로 받아먹지 않아 화가 난다는 이유로 주먹과 손바닥으로 머리와 등을 때리는 등 신체적으로 학대했다.

또 천군이 사망하기 4개월 전부터 지자체 아동보육과에 ‘아동학대 민원’이 접수됐음에도 A씨는 잘못된 행동을 고치지 않았다. 오히려 A씨는 아이가 사망하기 이틀 전 천군의 어머니에게 “잠을 재울 때 이런 모습으로 머리 쓰다듬고 등을 살살 두드려주면 자요”라며 엎드려 자는 사진을 메시지로 전송하기도 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 그가 위험한 방법으로 영아를 재웠다며 “피해아동의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기까지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무감각하게 피해아동들을 함부로 대하여 왔다”고 꾸짖었다.

천군의 부모님은 재판 과정에서 A씨에 대한 ‘살인’ 혐의를 인정해달라고 호소했지만,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고 A씨에 ‘학대 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아동을 살해하려 했다는 고의가 미필적으로라도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피해아동이 등원한 이후 계속해서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기는 했지만 피해아동을 살해할 의도였다면, 피고인이 피해아동을 어떤 방식으로 재우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보낸 것은 자신이 불과 하루 뒤에 실행할 범행수법 중 일부를 피해아동의 모에게 직접 알려줬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 이전의 행적, 태도 등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를 가졌다는 점과 들어맞지 않는 사정”이라고 판시했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 적용된 아동학대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며 징역 18년으로 감형했다.

검찰과 A씨는 항소심 판결에 모두 항소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2월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징역 18년을 확정했다.

A씨는 또 다른 아동학대와 보조금 부정수급으로 지난 4월 징역 1년이 추가로 선고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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