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사는 같은 날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이정근씨의 통화 녹음파일이 단초가 됐다. 검찰이 지난해 이씨의 10억원대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수사하며 휴대폰을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관련 사실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은 휴대폰에서 발견된 3만개의 녹음파일 중 일부라고 하니 수사 진행에 따라 또 어떤 검은 돈의 실체가 드러날지 알 수 없다. 이미 녹취록 등에 근거해 노웅래 의원이 기소됐고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도 수사를 받고 있다.
툭하면 터지는 정치권의 이 같은 검은 돈 거래는 정치개혁의 당위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거꾸로 가고 있다. 어제까지 나흘간 진행된 선거제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의원 증원을 강도높게 밀어붙인 게 일례다. 여론조사에서 의원수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60%에 달하고 정치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증원을 고집하는 건 민의를 왜곡하고 국민을 우습게 보는 일이다. 민주당으로선 선거 때마다 공언했던 불체포특권 포기 등 100여가지 넘는 의원 특권폐지에 앞장서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