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국내 완구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업계 선두를 다투던 토종 완구업체 손오공과 영실업은 오로라월드에 1위를 뺏긴 데 이어 지난해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SAMG엔터)에 2위 자리까지 내줬다. SAMG엔터는 완구 제작·유통에 뒤늦게 진입했지만 막강한 캐릭터 경쟁력을 앞세워 단숨에 완구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AMG엔터는 지난해 매출액이 683억원으로 전년대비 78% 성장했다. 같은 기간 손오공과 영실업 매출액은 666억원, 53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1.6%, 44.0% 감소했다.
| (그래픽=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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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까지만 해도 매출액 기준 업계 순위는 오로라월드(1780억원)에 이어 영실업(948억원), 손오공(754억원), SAMG엔터(383억원) 순이었다. 하지만 1년 만에 오로라월드(2316억원), SAMG엔터, 손오공, 영실업 순으로 2~4위 순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업계에선 지식재산권(IP)이 시장 판도를 바꿨다고 분석한다. 손오공, 영실업은 그동안 애니메이션사가 보유한 IP로 완구를 제작·유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사가 직접 완구 제작·유통에 나서면서 자체 IP 개발 역량이 부족한 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반면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SAMG는 IP를 꾸준히 개발하면서도 이를 활용한 사업에는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2016년부터 IP를 활용한 완구 등 기획상품(MD) 제작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자체 유통망을 구축해 직접 판매를 시작하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늘었다. 현재 SAMG 전체 매출의 70%는 MD 수익이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키즈 산업도 팬덤형 소비로 바뀌었다. 아이들이 캐릭터 피규어를 수집하며 반복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콘텐츠, 즉 캐릭터 IP의 영향력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해외 IP는 레고나 바비처럼 생명력이 긴 반면 국내 IP는 인기가 오래가지 않고 금방 잊힌다”며 “국내 완구업계도 다양한 방식의 창작, 제작, 유통을 통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