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세가 '국민 건강' 잡을 수 있을까?

음료 내 설탕량 비례해 세금 물리는 '설탕세' 도입 추진
"당 과다 함유 음료 제재해야" vs "매일 섭취하는 것 아냐"
전문가 "개인의 건강관리 능력 충분…예방 교육 강화해야"
  • 등록 2021-04-07 오전 12:30:28

    수정 2022-01-19 오후 5:08:37

음료 속 첨가된 설탕의 양에 비례해 세금을 내는 이른바 '설탕세' 도입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3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당류가 들어 있는 음료를 제조·가공 및 수입하는 회사에게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최근 국내 비만 및 당뇨환자의 증가와 무관치 않다.

왼쪽은 2030세대의 연도별 비만율 변화 그래프. 이 때 비만율은 체질량지수(BMI, kg/m²)가 25 이상인 인구의 비율을 의미한다. (출처 :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국민건강영양조사 제8기 1차년도(2019)」 2021) / 오른쪽은 연도별 성인 당뇨병 유병률 변화 그래프. 만 30세 이상 기준이며 당뇨병 유병률은 공복 혈당이 126mg/dL이상이거나 의사진단을 받았거나 혈당강하제복용 또는 인슐린 주사를 사용하거나 당화혈색소 6.5% 이상의 경우를 의미한다. (출처 : 대한당뇨병학회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0 국문 보고서)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성인 당뇨 유병률은 13.8%(2018년 기준)이다.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것.

이런 상황 속 국민들의 당 섭취를 제도로서 줄이자는 취지로 발의된 설탕세. 하지만 설탕세가 실질적인 국민 건강 증진에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는 논란이 거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시중 유행 음료 대부분 고당도 제품

이모(25, 여)씨는 최근 설탕이 과도하게 많이 첨가된 음료가 인기를 끄는 것을 두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달고나 커피'와 '흑당밀크티'를 그 사례로 꼽았다.

이씨는 "달고나 커피 만들기가 유행할 때 나도 만들어 먹어봤다"며 "맛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너무 달아서 몇 모금 마시지 못했는데 이걸 자주 마시는 사람들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흑당밀크티도 다르지 않았다"며 "유행을 하길래 단맛이 너무 강해 거부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흑당 밀크티가 유행할) 당시 외국에서 이 음료를 매일 마시고 사망한 사람이 있다는 기사도 봤다"며 "이거야말로 '당뇨 직빵'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부터 세계 각 국에 비만과 당뇨예방을 위해 설탕세 도입할 것을 권고해왔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노르웨이 등 여러 국가에서 설탕세를 부과 중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초콜릿과 사탕에 대한 세금을 전년 대비 83%가량 인상했다. 그 결과 설탕세 부과를 시작한 다음 해(2019년)의 국민 설탕 섭취량은 10년 전과 비교해 약 27%포인트 감소했다.

우리나라도 비만·당뇨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대한당뇨병학회 언론홍보이사 목지오 교수(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 내분비대사과 전문의)는 최근 국내 고도비만율이 증가 중이며 특히 20세에서 39세 중 BMI(체질량지수)가 35 이상인 사례는 10년간 4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목 교수는 비만과 당뇨의 밀접한 관련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비만율이 올라가면 당뇨 유병율 역시 자연스럽게 올라간다"며 "비만을 초래하는 식료품에는 설탕이 과다하게 함유된 커피나 음료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탕 섭취량 자체를 줄이면 비만율, 나아가 당뇨 유병율 감소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며 설탕세의 도입 취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설탕세 부과로 비만·당뇨환자 줄일 수 없어

그러나 설탕세 부과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설탕세 부과로 연간 설탕 소비량을 줄인 노르웨이의 경우, 급격히 인상된 설탕의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국민들이 인접 국가로 넘어가 설탕을 구매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설탕세가 비만과 당뇨를 줄이는 직접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김모(25,남)씨는 "단 음료를 매일 마시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변엔 제로콜라 등 설탕 함유량이 적은 음료만을 찾아 마시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콜라나 주스처럼 설탕이 많이 첨가된 음료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이전부터 꾸준히 접해와서 소비량을 줄이려 노력 중"이라 덧붙였다.

실제로 무·저당 음료 시장의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최근 무당 혹은 저당 음료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사 역시 '칠성사이다 제로'와 '펩시콜라 제로' 등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1월 말 출시한 '칠성사이다 제로'의 판매량이 첫 달엔 약 400만개, 그 다음 달엔 600만개로 증가해 출시 두 달 만에 1000만 개를 돌파했다"며 소비자들의 무·저당 음료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세금 늘리기'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 찾아야

음료부터 적용을 추진하는 설탕세가 결국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물가 전반이 상승하고 그 몫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는 것.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로 세금을 따로 부과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개인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특히나 비만과 당뇨의 위험성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식습관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생활 수준이 비슷한 타 국가와 비교할 때 의·식·주 중 식과 주의 물가가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식품 관련 물가가 높은 편"이라며 "기업이 설탕세를 물게되면 상품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고 결국 구매자인 소비자가 타격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설탕이 과도하게 함유된 식품에 대해서는 "일부 연령대, 보통 젊은 층이라 불리는 20대들이 단 음료나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하며 소비 역시 일부에 국한한다는 것.

그는 "특정 제품과 특정 연령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며 "설탕세를 부과하면 (당 과다 섭취와) 연관이 없는 모든 소비자가 함께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는 부당한 처사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목 교수도 설탕세는 설탕의 소비 자체를 근절한다기보단 줄이는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목 교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국민 계몽'"이라며 "국민 건강 증진이 목적이라면 비만과 당뇨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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