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향후 중대재해법의 처벌 수위 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봤다. 특히 내년부터 영세한 50인 미만 사업장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부실한 정부 지침을 보다 구체화하는 등 개선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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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은 중대재해법이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후 첫 판결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이 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CEO)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건설 현장은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인 경우 적용된다. 법정형은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이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앞으로 중대재해법의 일반적 판결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중대재해센터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인 대표이사가 모두 인정한 상황에서 구형과 판결이 모두 예상했던 수준”이라며 “중대재해법으로 나올 수 있는 합리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중대재해법이 적용됐음에도 관대한 처벌을 내렸다”며 비판했다. 반면 경총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의 과도한 처벌규정이 판결에 영향을 줬다”며 “기업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 판결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정부의 법 개정 작업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고용노동부는 오는 6월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내년부터 중대재해법이 적용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대책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지킬 수 있는 역량도 부족하고, 정부의 지침도 부실하다”며 “중대재해법 적용에 대한 우려가 큰 소규모 업체 사업주들에게 기준만 지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