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편의점에서는 고객들이 비닐봉투 대신 종량제봉투를 사용하는 것을 기피한다는 점이다. 또 종량제봉투를 제작해 공급하는 기초자치단체들이 판매 편의를 이유로 1000장 이상 대량 구매를 요구하는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비닐봉투는 소각할 경우 대기오염물질을 생성하고 땅에 묻더라도 100년간 썩지 않는 대표적인 환경오염제품이다.
환경부와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25억장이던 국내 비닐봉투 사용량은 2008년 147억장, 2013년 188억장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예산문제로 환경부와 자원순환사회연대는 2013년 이후 사용량 조사를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이후 소비량 증가등을 감안할 때 한해 190억장 정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민 1인당 사용량은 한해 370여장이다.
2013년 유럽연합(EU)가 내놓은 회원국 국민 1인당 비닐봉투 사용량은 독일이 70여장, 스페인이 120여장이다. 우리나라가 3~5배나 많다. 환경부는 비닐봉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0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비닐봉투를 재활용 장바구니나 종량제봉투로 대체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도 비닐봉투 대신 종량제봉투를 사용한다.
이에 따라 환경당국은 편의점을 비롯한 소매점까지 종량제봉투로 대체할 경우 비닐봉투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 아래 확산 작업을 추진 중이나 여러 난제들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종량제봉투 크기가 편의점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는 대량구매가 많아 10리터(250원)나 20리터(490원)짜리 대형 종량제봉투를 구입해 사용하는데 손님들이 거부감이 없지만 편의점에서는 소량 구매가 대부분이어서 소님들이 종량제봉투 구입을 기피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34)씨는 “대형마트에서야 물건을 많이 사기도 하고 행선지가 대부분 집이지만 편의점은 다르다”며 “길가다 우연히 들린 편의점에서 종량제봉투에 물건을 담아준다면 처치곤란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초자치단체들이 종량제봉투를 대량으로만 판매하고 있다는 점도 편의점업계에서는 불만거리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기초자치단체들이 종량제봉투를 1000장 단위로만 판매하다 보니 대형마트와 달리 판매물량이 많지 않은 편의점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모든 비닐봉투 유료화 검토
환경부 관계자는 “비닐봉투 무상 제공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등 이전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해 9월 중에는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또한 각 자치구에 소용량 종량제봉투 제작, 100장 단위 묶음 판매 등 편의점 등 소규모 점포에서도 손쉽게 비닐봉투를 종량제 봉투로 대체할 수 있도록 개선책 마련을 독려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중 2리터와 3리터 등 소용량 종량제봉투를 판매하는 곳은 △중구(3ℓ) △성동구(3ℓ) △강서구(2ℓ·3ℓ) △금천구(3ℓ) △서초구(2ℓ) △송파구(3ℓ) 등 6개구 뿐이다.
시 관계자는 “시장, 편의점 등에서 사용하는 각종 비닐봉투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에서 식재료를 포장하는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포장재, 방법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