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서 촛불 들었던 청년들은 왜 국민의힘으로 갔나?

정치문법 깨는 이준석 행보에 공감
전당대회부터 젊은층 입당 큰 폭 증가
‘내 목소리 들어 준다’는 만족감 높아
전문가 “정치 관심 긍정적...강성 팬덤과 달라”
  • 등록 2021-07-16 오전 1:00:19

    수정 2021-07-16 오전 1:00:19

국민의힘 문을 두드리는 2030세대들이 늘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쳤던 그들은 왜 한때 태극기부대로 상징됐던 보수야당 지지자를 자처하는 것일까?

신규 입당자들은 △이준석 대표의 파격 행보 △정치 참여에 대한 갈망 △현 정권에 대한 불신 등을 입당 계기로 꼽았다.

한기호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6월 한 달 사이 3만 8330명이 신규 입당했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이전인 5월(1만 3966명) 대비 2.7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신규 입당자 중 20~40대가 절반이 넘는 51.7%나 됐다. 정당법상 입당이 가능한 만 18세 이상 10대 입당자도 687명을 기록했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유세를 비롯해 ‘나는 국대다’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등 통해 국민의힘이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온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난달 11일 수락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30대 당대표에서 미래 봤다..이준석에 힘 실을 것"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원서를 낸 20·30대는 ‘30대 당대표’ 인이준석 대표가 상징하는 ‘정치권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이 낡고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벗고 청년층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정당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신동엽(26·남)씨는 입당 이유에 대해 “기존 보수 정당이 갖고 있던 ‘꼰대 문화’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이준석 대표를 통해 봤다”며 "선거 승리를 위한 ‘쇼’가 아니라, 청년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려는 소통의 자세를 느꼈다"고 했다.

당 대표 경선에서 이 대표를 응원했다는 김성윤(37·남)씨는 ”본경선 당시 이준석 후보가 선거인단(책임당원) 투표에서 나경원 후보에게 뒤졌다는 결과를 봤을 때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며 ”본경선을 당원투표만으로 진행했다면 이 후보가 낙선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입당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입당 결정은 당 밖이 아닌 내부에서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며 "이 대표가 이끄는 변화를 응원하며 지켜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 정권으로부터 느낀 실망과 분노 또한 이들의 입당 계기가 됐다.

과거 정의기역연대(정의연) 활동을 했던 심승보(25·남)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사회 기득권의 수많은 모순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 정권이 오히려 새로운 기득권이 됐다”며 “특히 중·고교 시절을 할애한 정의연 활동이 과거의 아픔을 이용한 ‘돈벌이’였다는 사실과, 이를 옹호하고 덮으려던 민주당의 행보는 용납하기 힘들다""고 분개했다.

심씨는 “반면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보수 정권의 각종 모순과 잘못된 과거를 회피하지 않고 (사과하는 등)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당내 고령층 지지자가 많은데, 이들의 생각이 이 대표의 행보와 다소 괴리가 있는 만큼 기회가 왔을 때 (이 대표에게) 힘이 되고자 입당하게 됐다”고 계기를 밝혔다.

장모(28·남)씨는 “청년층이 개입해 기존 정당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으로 입당 인원이 느는 것 같다”며 “사실 당원이 된 후 당장 크게 와닿는 부분은 없지만 적은 금액이나마 지원함으로써 정치에 참여한다는 위안을 받는다”고 전했다.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를 통해 국민의힘 대변인으로 선출된 신인규, 김연주, 임승호, 양준우 후보. (사진=뉴시스)


전문가 청년 발언권 수요 파악한 것...정치 관심도긍정적

전문가는 2030세대 '입당 러쉬'에 대해 청년층이 이준석이라는 ‘아바타’를 통해 사회에 조직화된 의견을 낼 수 있음을 깨닫고 입당까지 결심했다는 것.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영업자·청년 등 사회적으로 조직화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계층들이 있다. 20대 남성이 그 중 하나”라며 “이준석 대표가 이같은 ‘발언권 수요’를 잘 파악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유세 때 이들에게 직접 목소리를 낼 기회를 줬다. 이어 이들의 의견을 경청해 사회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당적을 가진다는 건 사회 공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 문제에 관심이 있음을 뜻한다“며 "이른바 ‘무당층’이 특정 계기를 통해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자만·구태 또 보인다면 다시 돌아설 수도"

그러나 이들은 언제든 국민의힘이 과거의 구태를 반복할 경우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씨는 “최근 국민의힘의 행보는 2030세대 표심을 끌어오기에 아주 적절하다. 나아가 미래 투표권을 행사할 10대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 세대들은 당이 예전의 낡은 느낌을 보이거나 다른 당에서 더 바람직한 정책을 내놓는다면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신씨는 “지금처럼 ‘저는 국민의 힘을 지지합니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도록 자만하지 않고 정의로운 정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한상 교수는 "이들은 강성 팬덤과 달리 국민의힘이 과거의 구태를 재현할 경우 언제든 국민의힘에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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