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차이나 스펙트럼

  • 등록 2013-06-05 오전 6:00:10

    수정 2013-06-05 오전 7:53:19

[상하이=이데일리 양효석 특파원] 중국은 정치적으로 미국과 세계 패권을 경쟁할 위치에 이미 올랐다. 중국은 북한 핵 문제가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에서 막강한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 유럽이 재정위기 이후 휘청거릴 때 중국은 경제적으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국채보유 1위 국가인 동시에 축적된 부를 기반으로 유럽은 물론 미국내 주요 자산까지 사들이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중남미 등 저개발국에 대해 각종 경제지원이라는 ‘당근’을 제시해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미(中美)를 방문했을 때 이 지역 8개국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몰려들 정도다.

이에 따라 요즘 서점에 가면 중국 관련 책들이 무수히 쏟아진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을 알고자 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서로 다르다. 자칫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중국이 중국의 전체인 것처럼 생각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중국 면적은 한국보다 약 96배, 인구는 약 27배 많다. G2의 위력도 지녔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000달러(약 560만원)를 갓 넘어 우리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 만큼 빈부격차도 심해 1선 도시와 2·3선 도시의 모습이 다르다. 중국은 현재 도시화율도 50%에 머물고 있어 도시가 아닌 농어촌 지역으로 가면 더욱 차이가 난다. 중국에서 20여년간 생활했다는 교민들조차 “중국은 살면 살수록 잘 모르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이같은 상황은 중국 노동시장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최근 사회보장비 등을 포함한 중국 인건비가 경제성장과 위안화 절상 등으로 지난 3년간 60% 넘게 올라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 됐다고 전했다. 특히 동부 연안도시들을 중심으로 인건비가 계속 올라 많은 기업들이 서부 내륙으로 이동하거나 동남아시아 국가로 이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중국 노동시장이 성장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동부연안 장쑤(江蘇)성과 인접한 안후이(安徽)성만 가더라도 얘기가 틀리다. 안후이성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인 사업가 K씨는 어느날 인근지역 중국인 경영자 5명이 사무실로 찾아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항의 내용은 “너희 공장은 왜 매월 임금을 지급하느냐, 왜 주기별로 보너스까지 주느냐, 춘절·국경절·노동절 때에는 무엇을 선물하느냐”였다. K씨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재차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같았다. 항의 내용이 황당해 이유를 물어보니 한국기업 근로자 처우가 중국기업 보다 좋아 자신들 공장 근로자들이 대거 퇴사하고 한국기업에 입사하겠다고 줄서고 있다는 불만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이러한 불공정(?)을 시정해 달라고 이들 중국 경영자들이 지방정부 관리까지 불러왔다는 점이다. 지방정부 관리는 그 자리에서 나름대로 중재하려고 노력했다는 게 K씨의 설명이다.

장쑤성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C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인근 중국 사업장 대표들이 찾아와 “너희는 왜 근로자에게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느냐. 밥 값을 받아라”고 따지더란다. C씨도 결국 “우리는 중국법을 어긴게 없으니 돌아가라”며 실랑이를 벌인 뒤 한참만에 사태를 수습했다고 한다.

중국 중소기업 중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년에 단 한 차례 춘절 이전에 금을 지급하던 곳이 있었는가 하면 지금도 수 개월에 한번씩만 임금을 지급하는 곳이 많다는 증언이다. 그렇게 처우해도 근로자들이 불만없이 일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외국기업들이 들어오면서 근로자들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인데 아직도 상당수 중국 노동자들은 외부에 비춰진 모습과 달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게 현실이다.

올해는 한·중 수교 21주년을 맞는다. 양국은 무역량이 급증했고 인적교류도 활발해졌다. 한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중국과 자매결연이 안된 곳이 없다고 할 만큼 지자체 활동도 다양하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지자체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의 단골 방문코스가 됐을 정도다. 그 만큼 중국을 잘 안다고 말하는 이들도 늘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는 중국이 얼마나 정확한 현실인지, 그 속내는 무엇인지에 대해 한번 쯤 자문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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