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국내 대표 비만 치료제 개발사로 꼽히는 한미약품(128940)과 디앤디파마텍(347850)이 차세대 비만약으로 주목받는 삼중작용제에서 진검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두 회사 모두 장기지속 제형을 목표로 하고 있고 임상 단계도 비슷한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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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1회 제형, 내년 임상 돌입
디앤디파마텍의 DD15는 GLP-1·GIP·GCG를 활성화하는 삼중작용제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포만감을 증가시켜 체중을 감소시키고, 인슐린 분비·감수성을 개선해 혈당 조절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GIP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약리학적 이점을 향상키는 기능이 있으며,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일반적인 위장관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 글루카곤을 의미하는 GCG는 혈당, 포만감, 에너지 소비 및 지질 대사 조절에도 관여한다. 이에 삼중작용제 개발사들은 3가지 약리 작용을 적절히 활용하면 비만, 제2형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에 대한 치료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DD15에는 디앤디파마텍이 자체 개발한 장기지속형 기술이 접목됐으며 포만감 증가, 혈당조절, 지방분해, 에너지 소비 증가 등 각 작용 수용체 간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비만뿐 아니라, 비알콜성지방간염(MASH) 치료제로의 가능성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회사는 주사제형이 아닌 먹는 삼중작용제 비만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삼중작용제의 높은 효과에 근거해 경구용 대비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주사 제형에도 도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같은 계열 약물로서 임상 단계에 진입한 비만치료제는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의 ‘레타트루티드’가 사실상 유일한 것으로 알려진다. 투약 48주 만에 임상 시험에 참여한 비만 환자 체중을 24.2% 줄여 지금까지 공개된 임상시험 데이터 중 가장 큰 감량 효과를 보였다. 레타트루티드는 지난해 7월 임상 3상 승인을 받았다.
주1회 제형, 내년 임상2상 진입
한미약품은 국내에서 삼중작용제 비만치료제를 가장 빠르게 임상에 진입시킨 회사다.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았고, 6월 중순부터 HM15275의 임상 시험에 참여하는 환자 등록을 시작해 첫 투약을 완료했다. 내년 하반기 임상 2상 진입을 목표로 한다.
한미약품의 ‘HM15275’ 역시 GLP-1·GIP·GCG를 활성화하는 물질이다. 한미의 차세대 지속형 플랫폼 기술 ‘아실레이션(Acylation)’이 적용됐다. 현재 HM15275는 주 1회 투약 주사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주사제형 외에도 패치제, 경구제 등 다양한 추가 제형도 연구하고 있다.
HM15275는 고도 비만 및 이와 관련된 대사 장애인 이상지질혈증 및 제2형 당뇨 등에 대한 특화된 치료 효과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됐다. 한미약품은 비임상 연구를 통해 HM15275가 비만 및 심혈관, 신장, 대사(CVRM) 질환 치료를 위한 베스트-인-클래스(계열 내 최고 약물)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지난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 2024)’에 참가해 HM15275의 체중감량 효능과 개발 전략을 확인한 비임상 연구 결과 4건을 포스터로 발표했다.
회사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발표한 다른 3건의 비임상 연구 결과는 HM15275가 우수한 체중감소 효능 외에도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서 효력을 나타낸다는 내용과 그 작용 기전을 담고 있다. 인크레틴 기반 약물들은 당뇨와 비만 치료를 넘어 다양한 치료 분야로 그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심혈관 및 신장 질환을 개선하는 효능이 확인되면서 이 약물들의 적응증 확장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상용화 누가 더 빠를까
현재 임상시험 속도는 한미약품이 앞서 있지만, 디앤디파마텍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을 대거 기술도입한 멧세라의 화력도 무시할 순 없다는 평가다. 2022년 설립된 멧세라는 오로지 비만치료제 상용화를 위해 설립된 바이오벤처다. 비만약에 진심인 만큼 이미 멧세라는 선제적으로 생산 공정까지 확보해놨다. 생산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는 것은 기술력과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그만큼 확신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멧세라는 창립 2년 만에 약 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해 시장 관심을 끌었다. 여기엔 내로라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게 특징이다. 구글이 설립한 GV, 페라리 등을 보유한 이탈리아 엑소리 그룹 계열 VC 엑소르 벤처스. 생명과학 전문 투자사 뉴패스 파트너스, 소프트뱅크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운용 규모 1조 달러 이상인 웰링턴 매니지먼트와 벤록 헬스케어 캐피탈 파트너스 등 대형 VC들이 투자에 참여했고 멧세라를 설립한 아치 벤처 파트너스도 이번 투자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