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수연기자] 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에 대한 논란이 `은행 대 보험`의 대결 구도로 비춰지고 있다. 또 `배부른 은행, 배고픈 보험`이라며 보험사는 방카슈랑스를 통해 일방적으로 손해만 보는 것처럼 그려진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꼭 그런것 만도 아니다. 물론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얻을 것 보다는 잃을 게 더 많다`는 계산으로 방카슈랑스 시행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부정적인 입장. 그러나 보험사끼리도 이해득실은 복잡하게 엇갈리고 있다.
은행이 설립한 방카슈랑스 전용 자회사는 당연히 방카슈랑스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또 이 시장을 타깃으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 보험사 역시 "방카슈랑스는 일정대로 시행돼야 하며 여기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저마다 속사정대로 복잡하게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서로 다른 손익계산은 보험사들의 대응 방식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6월 무렵부터 관련 부처에 2단계 시행 연기를 요구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을 벌여 왔고 단결도 비교적 잘 되는 편이다.
반면 생명보험사들은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다가 8월 중순 비로소 삼성 대한 교보생명 대형 3사 기획담당임원들이 회의를 갖고 공동대응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또 생명보험협회를 중심으로 방카슈랑스 연기 요구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협회사 사이에도 입장이 달라 매우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대형 보험사 `어디서든 많이만 팔면`‥외국사 입지확보 등 시장재편은 `경계`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들은 "대형사가 무슨 걱정이냐, 우리 같은 조그만 회사가 문제"라고 말한다.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없지 않지만 대형 보험사 관계자들의 이야기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쪽 관계자들은 최근 보험권이 여론몰이 등을 통해 거세게 반발하자 "방카슈랑스가 그렇게 싫으면 보험사는 은행과 판매 제휴를 안하면 될 것 아니냐"고 볼멘 소리를 냈다. 보험사 관계자 역시 이에 대해 "사실 틀린말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방카슈랑스가 처음 실시되던 지난해 9월 가장 앞서 은행과 제휴를 맺은 것도 대형 보험사들이었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7월말 분석보고서를 통해 "향후 보험시장은 기존 대형사와 은행 보험자회사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생명보험의 경우 방카슈랑스로 인해 `파이`가 커진 효과도 있었다. 업계 집계에 따르면 저축성 보험시장의 전체 규모(수입보험료 기준)는 방카슈랑스 시행 1년(2003년 9월~ 2004년 8월)동안 22조160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4% 증가, 그동안의 감소세를 벗어날 수 있었다.
다만 대형보험사들도 `방카슈랑스 연기` 요구에 동참하게 된 것은 보험시장의 재편을 원치 않는데다 외국 보험사에 대한 전면적인 시장개방을 경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설계사와 대리점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보험사들의 판매 채널 구조가 직판(다이렉트보험), 온라인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이 `대세`인 가운데 방카슈랑스는 이같은 다양화를 한층 가속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수만명의 설계사와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보험사들은 이를 어떻게 연착륙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또 대형 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에 반대하고 나서는 이유는 향후 복잡해질 은행과의 합종연횡 관계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은행이 아니라 해외 자본의 영향 하에 있는 은행과 외국 보험사가 짝짓기를 통해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생명 브라이언 그린버그 회장 등은 8월 언론 기고 등을 통해 한국시장에서 방카슈랑스 도입과 더불어, `시장 전면개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국내 대형 보험사 임원은 "외국 보험사들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발언이다"라고 논평했다.
세계적인 브랜드와 자본력을 가진 외국 보험사들은 그동안 꽉 짜여 있는 기존 국내 보험시장에는 비집고 들 틈이 적었지만, 방카슈랑스 등으로 인해 시장이 요통칠 경우에는 이들이 획기적으로 시장을 확대할 여지도 커지며 이 경우 국내 대형보험사들의 입지가 위축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온라인 자동차 보험사, "시장 격변은 곧 기회"
방카슈랑스 시행과 관계없이 온라인 차 보험은 최근 급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8월말 온라인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7.2%를 기록, 쉽게 7%대를 돌파했으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10%를 넘어서는 것도 무난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방카슈랑스는 이같은 온라인 보험사들에게는 또다른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사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로 인해 전체 보험사 수익이 줄어든다면 마이너스 요인이 되겠지만, 기존 체제가 견고히 굳어 있는 보험시장 자체가 뒤흔들린다면 이는 도움이 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반대의 견해도 있다. 또다른 보험업계 "대리점과 설계사 조직의 눈치를 보느라 온라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대형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를 계기로 온라인 판매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 온라인 전용보험사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보험사, 특화전략 없으면 손실 클듯
기존 중소형 보험사가 방카슈랑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보험사측은 `대란설`까지 내세운다.
최근 생명보험협회는 국민 우리 하나 신한은행 등 국내 빅4 은행이 계열 보험사를 통해 보장성보험을 49%까지 팔고, 나머지 보험사들은 현행 시장점유율을 토대로 수정지급여력비율(후순위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배제)을 산정하면 2006년 3월까지 5개의 생보사가 100%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자료를 냈다.
시행 3년차에는 6개사가, 5년차에는 58개사가 지급여력 비율 100% 밑으로 떨어지리라는 것.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면 최소 2조원에서 43조원의 공적자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상당 부분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중소 생명 손해보험사들의 손실이 클 것이라는 전망 만큼은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위기감도 심각하다. 업계 10위권의 한 손해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중소형사가 쓰러지면 싼 값에 인수하겠다는 생각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 `방카슈랑스 실적 분석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금융지주회사를 포함한 은행계 보험자회사를 통한 판매실적이 방카슈랑스시장의 26.3%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이같은 방식에 의한 보험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예보는 "중소형사들은 독립적인 틈새시장(온라인 보험 등)을 개발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중소 보험사들의 리스크 관리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은행이 전임직원을 동원해 보험모집 활동을 하거나, 일부 중소형사 또는 외국사 경우 처럼 높은 모집수수료율과 높은 저축성보험상품 예정이율을 제시하는 일이 계속될경우 실적경쟁이 심해질 것"이라며 "이에따라 지명도가 낮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일부 중소형 생보사 들은 수입보험료의 감소와 함께 지급여력비율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밝혔다.
따라서 방카슈랑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중소형사들은 은행과의 제휴가 중단될 경우 보험수지차 악화 등 보험리스크 발생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카슈랑스 따른 보험권별 득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