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2기 맞춤형 파격인사...현대차의 발빠른 대응

  • 등록 2024-11-18 오전 5:00:00

    수정 2024-11-18 오전 5:00:00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주 호세 무뇨스 북미권역본부장을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했다. 현대차가 외국인을 CEO로 기용한 것은 처음이다. 무뇨스는 스페인 국적으로 미국 시민권자다. 정 회장은 또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그룹 싱크탱크를 총괄하는 사장으로 임명했다. 김 전 대사는 오바마·트럼프·바이든 행정부에서 경력을 쌓은 외교관 출신으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대관업무와 정세분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의 파격 인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선제 대응하려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기차보다 석유·가스를 쓰는 레거시 자동차를 선호한다. 전기차 의무화(Mandate)를 폐지하고 보조금을 없애겠다는 뜻을 꾸준히 밝혔다. 미 환경보호청(EPA)이 정한 엄격한 차량 배출 기준도 철회 대상이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4일 트럼프 캠프의 에너지정책팀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세액공제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권 실세로 등장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보조금 폐지에 찬성한다. 미국은 전기차 구매시 소비자에게 7500달러 보조금을 지급한다. 머스크는 보조금 폐지가 테슬라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겠지만 경쟁사들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본다. 미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가 절반가량을 점유한 가운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현대차·기아가 경쟁하는 구도다. 트럼프 당선인과 일등공신 머스크의 의견이 일치하는 만큼 보조금은 폐지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더욱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역대 최대(445억달러)를 기록한 대미 무역흑자도 신경이 쓰인다. 분야별로는 자동차 흑자가 제일 크다. 아니나 다를까, 미 재무부는 지난주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트럼프가 관세 카드를 꺼내는 것은 시간문제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배터리 기업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정권 교체기는 늘 불안하다. 현대차가 파격 인사로 트럼프 2기에 대응할 진용을 구축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대미 수출·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들도 선제적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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